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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든새 Oct 07. 2022

둘째에 대한 고민과 갈등

다시 백일글쓰기 039

노래 <캔디>에서 “사실 오늘 아침에 그냥  생각한 거야.”라는 가사처럼, 갑자기 둘째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둘째를 가질 거라면  살이라도 젊을(?) 때에, 마흔이 되기 전에 낳는  낫지 않을까? 30 초반에 아이를 낳고도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는 새로운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마치 먹던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것처럼 쉽게 생각했고 태어날 때 자기 밥그릇은 챙기고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남편에게 “둘째 가질래?”라고 물었더니 정색하면서 “절대 싫다.”라고 대답했다.

최근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시간이 흘러서 언젠가 우리가 없을 때에 세상에 혼자 남겨질 딸이 안타까워 형제를 만들어 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양가에서 얘 하나뿐이라 가장 가까운 친척이 육촌쯤 된다.

남편은 나더러 낙관적이면서도 한 편으론 너무 부정적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며, 나중에 돈이 없어서 용돈도 못 줄 상황이 되면 어쩔 거냐고 했다. 또 나중에 우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엔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 곁에서 위로가 되어줄 거라고 말했다. 남편이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우리 대화는 그쯤 마무리되었다.

문득, 아이의 하원 가방을 정리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준 남편에게 감사했다. 지금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밤에 잠들 때까지 육아는 120% 내 역할인데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같이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그나마 5살이 되고 육아가 ‘할 만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지만 앞으로 6살 되고 7살이 되면 또 어떤 새로운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둘째를 낳으면 불면의 밤은 다시 시작될 것이고 아이가 울면 깨서 달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코를 골며 깨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화를 참지 못할 게 분명하다. 만약 남편이 가정적인 사람이었다면, 타협의 가능성이 보였다면 고민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어쨌거나 다시 한번 내가 흔들릴 때엔,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긴 말 필요 없이 “난 안 바뀔 거야.”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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