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나무 지팡이
이른 아침 산행을 한다.
아파트 뒷문과 잇닿은 뒷산은 제법 가파른데, 한 시간 정도 약간은 힘든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았던 사람이었지만, 퇴직 후 크게 아프고 나니 일어나자마자 곧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산으로 향한다.
그렇게 산을 찾은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이제 산의 사계(四季)를 한 번 경험했다.
육십이 넘어서야 사계절을 오롯이 느껴 보았다. 그동안 나만 바삐 세상을 사는 줄 알았는데, 산도들도 계곡물도 모두 바쁘게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있었구나!
요즘은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이다 보니
내려오는 길이 제법 미끄럽다.
어제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다 골절이라도 되면 뼈가 잘 붙지도 않을 나인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내려왔다.
혹시 짚고 내려올 만한 나뭇가지라도 있나 해서.
그러다 발견한 나무 가지 하나. 어디선가 보았던 모세 지팡이가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그 지팡이를 오늘 다시 들고 산행을 시작했다.
쇳소리가 나는 스틱과는 느낌이 매우 달랐는데, 땅과 맞닿는 '탁' '탁' 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참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사진도 찍었다. 잘 부러질 것 같지 않아 오래 쓸 듯하다.
지팡이를 들고 아파트로 들어섰다. 아마도 예전이라면 산에 버리고 왔을 가능성이 높았으리라.
이제 나는 산을 오를 때면 함께 할 말없는 친구 하나를 얻었다.
오늘 아침은 소박한 나무 지팡이 하나가 나를 신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