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Dec 14. 2022

이제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이름을 불렀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일어나서 문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번 뵈었던 그 의사 선생님이다.

"이 정도면 상당한 통증이었을 텐데요. 괜찮으십니까?"

"수술은 최소한 8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4일 전에 입원하시고..."


"수술은 위험한가요?"

사실 이 말을 던지면서도 참 무의미한 질문임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4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다시 같은 직장에서 2년의 계약직을 마치기 석 달 전, 몸에 이상이 느껴졌다.

파스도 붙여보고, 스트레칭도 해보고, 달리기도 해 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나름 이런저런 것들을 해봤는데, 차도는 없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마지막 계약직 2년을 마치기 하루 전, 동네 병원에서 CT를 찍어보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순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으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렇게 서울에 큰 병원 3곳을 예약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드디어 MRI를 찍고 또 기다리고. 

1달 보름 만에 나온 결과를 보는 순간

나는 말문을 닫았다.


매일을 

경제 뉴스와 씨름을 하고

주가 지수와 환율에 일희일비를 하고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려 네댓 개의 신문을 스캔하며

하루하루를 전쟁같이 살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무의미해졌다.


마지막 계약직을 끝으로

이제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에겐 단 하루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건가.


그동안 내가 떠들고 다녔던 말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미래를 준비하라고,

생각보다 오래 산다고,

돈 없는 노후는 비참하다고,


세상을 다 살아본 것처럼 떠들어 대던 젊은 내가 보인다.


그 젊은 내가 과연 옳았던 걸까!


그동안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희생한 현재의 마지막 끝자락에

과연 나의 미래는 있는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전세 세입자 필독,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