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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an 01. 2023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술실로 가는 길

밤새도록 뒤척였다.

대학병원 내 은행 지점장으로 3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뜻밖의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기에

두려움은 더 증폭되어 갔다.


새벽 2시.

노트북을 켰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다.


오래전부터 1년에 한 번 유언장을 쓰고 있는데,

그중 재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가정하였고, 상속받을 재산과 처리 방법을 설명했다.


재산은 부동산과 예금, 주식, 채권, 보험 등으로 구분했다.


관리가 어려운 지방 부동산은 금액에 연연하지 말고 팔 것이며,

비교적 성공적인 투자용 부동산은 계속 가지고 가되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5년 내 결정할 것이며,

주식은 상속받아 관리를 할 것이며,

채권은 가급적 만기까지 들고 갈 것이며,

보험금은 상속세를 해결하라고 했다.

추가적으로 

아빠 앞으로 명의를 넘길 부동산과,

그리고 할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하고,

생활비는 상속예금에서 일정 금액을 매달 지급하라고 했다.

할머니가 받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자동이체를 하라고도 적었다.


세무 관련 상담자도 지정하여 적어뒀다.

상속세 절약을 위해 참고할 내용도 추가하였다.


60년을 살고 가족에게 남길 이야기가 겨우 돈 얘기라니...

웃기는 말도 적었다.

"상속세를 줄이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야 하니, 우리 엄마 수술 잘 되라고 기도하거라"라고. 


07:30분.

나를 데리러 사람이 왔다.

수술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복도를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회복실인 듯했는데 수술 대기를 위한 공간이기도 한 듯했다.

가장 먼저 도착했고 10여 분 뒤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섰다.

천정엔 수많은 전구가 달린 큰 등이 일단 2개가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마취가 시작된다는 말이 들렸는데,

정신을 뺏기지 않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금세 캄캄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그리고 나에게서 깨인 세상은 사라졌다.

까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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