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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y 28. 2019

보스턴 여행 이튿날 동부 최고 휴양지 Cape Cod

미국 동부 최대 휴양지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에 가다.



보스턴 여행 이튿날 5월 25일 토요일 : Cape Cod, Provincetown




프로빈스타운 페리 탑승하고 내리는 부두 









프로빈스타운 부두 





미국 보스턴 케이프 코드(Cape Cod)는 미국 동부 최대 휴양지에 속하고 매년 여름이면 섬에 머물기 위해 집을 사둔 부자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돈이 얼마나 많을까.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명인사들도 사랑하는 곳이며, 미국 대통령 J.F. 케네디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등이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라고. 딸이 일하는 연구소 교수님도 매년 여름이면 케이프 코드에 가서 몇 주 동안 머물다 학교 연구소로 돌아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년 전? 뉴욕에 와서 음악을 전공했던 P도 내게 언젠가 케이프 코드에 가 보라고 권했는데 미루곤 했다. 약 30년 전이라면 난 뉴욕에 관심도 없었고 뉴욕이 뭔지 알지도 못해 오래전 뉴욕에 와서 유학한 사람들 보면 놀라움이 솟는다. 늦게 뉴욕에 온 지각생 내게 하루하루가 새로워. 


케이프 코드 방문을 미룬 이유도 있지. 보스턴과 뉴욕이 아주 가깝지도 않고 예술가촌 프로빈스타운에 가기 위해 비행기 편을 이용하자니 경비가 부담스럽고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약간 부담스러운 도시라 방문을 미뤘지. 


케이프 코드는 하이애나스(Hyannis), 마사즈 빈야드(Martha’s Vineyard), 역사적인 건물과 유리 생산지로 유명한 샌드위치, 반스터블(Barnstable), 채담(Chatham), 데니스 등 크고 작은 마을 15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케이프 코드에 오래오래 머물면 여러 섬에 방문하고 싶지만 일정이 짧고 경비면에서 너무 부담스러워 내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구했다. 보스턴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당일치기로 프로빈스타운에 다녀오는 것. 초고속 페리 티켓값도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항공기는 훨씬 더 비싸고 기차와 버스는 훨씬 더 오래 걸려서. 


 케이프 코드 가장 끝에 위치한 프로빈스타운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도시다. 청교도가 1620년 플리머스를 발견하기 전 상륙해 메이플라워호 선상에서 계약을 체결했던 곳이며, 고래잡이로 명성 높고,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죠스>도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포르투갈 어부들이 많이 이주했다고. 1915년 예술가와 작가들이 모여 <프로빈스타운 극단>을 창단해 1916년 유진 오닐의 <카디프를 향해 동쪽으로 > 공연 등 신진 작가들의 배출로 명성이 높은 곳이며 연극, 영화, 무용, 코미디 등 활동이 왕성한 예술 중심지다.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유진 오닐 등 예술가들의 보금자리가 늘 궁금했어. 큰 맘먹고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 여행 계획을 세웠다. 보스턴 항구에서 출발하는 초고속 페리를 미리 예약하고 보스턴에 호텔도 예약하고 메가 버스도 예약했어. 


프로빈스타운은 케이프 코드 가장 끝에 위치하니 보스턴과는 가장 거리가 멀지. 게이들의 섬이라 알려져 내가 사랑하는 뉴욕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와는 뭐가 다른지 궁금도 했어.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커닝햄의 산문 <아웃사이더 예찬>은 프로빈스타운에 방문하기 전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맨해튼 북카페에 가서 여러 번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채 갔다. 작가가 바라본 프로빈스타운은 어떤 색채였을까 보스턴에서 당일치기 여행한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다음에 기회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그 작가의 느낌과 생각은 나와 어찌 다른지 궁금하니까.


메모리얼 데이 휴가를 맞아 두 자녀랑 함께 다녀온 보스턴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아. 상당히 고민하고 힘들게 결정하고 간 여행이지만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추억도 남겨줘 오래오래 기억할 거 같아. 추억은 역시 좋아.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여행 추억 이야기하면 얼마나 행복해. 


보스턴에서 하루 몇 차례 페리를 운행하고 우린 호텔에서 아침 6시 기상. 간단히 요구르트와 복숭아와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시사를 하고 보스턴 항구에 아침 8시경 도착해 기다렸다. 티켓은 미리 온라인으로 구입해 직원에게 보여주면 되고. 보스턴 항구에서 초고속 페리를 타면 90분 운행한다고 하는데 프로빈스타운 가는 길은 조금 더 오래 걸렸어. 파도가 잔잔할 때는 바다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는데 거센 파도 만나니 난 죽음의 바다에서 헤매었다.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너무너무 힘든 여정이었어. 


사경을 헤매는 순간 아들이 대학교 입학 때 학교에서 읽으라고 준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A Tree Grows in Brooklyn)>가 생각났어. 가난한 이민자들이 미국에 이민 오기 위해 커다란 승선에 탑승해 죽음 같은 시기를 거치고 뉴욕에 도착했다는 슬픈 내용이었지. 죽을 거처럼 힘든 순간 왜 하필 그 책이 생각났을까. 












프로빈스타운 '상업거리' 풍경  




예술가들의 섬이라 명성 높은 프로빈스타운에 드디어 도착해 뜨거운 햇살 아래 걸었다. 게이들의 커뮤니티로 잘 알려진 곳이라 프로빈스타운에 무지개깃발이 펄럭거렸고 멋진 여자 스타일로 변장한 남자도 보았어. 작은 마을의 중심지 '상업거리(Commercial st.)'에 여행객들이 얼마나 많던지. 사실 초고속 페리도 만원이라 놀랐다. 보스턴에서 프로빈스타운 편도 페리 요금이 61불, 왕복 93불. 정말 비싸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페리에서 내린 사람들 전부 프로빈스타운으로 들어가니 더 복잡했겠지.


상업 거리로 막 진입하자 프로빈스타운 맛집으로 소문난 Lobster Pot이 보였다. 오전 11시 반부터 손님을 받은다고 기억이 난다. 우리 가족은 프로빈스타운이 뭔지 모르고 처음으로 방문하니 그냥 걸었다. 거리에서 피아노 연주하니 좋고, 마을 내 도서관도 보니 반갑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도서관 오픈한다고 하니 놀랐어. 예술가촌이라 소문 자자해 갤러리가 많다고 들었지만 그리 많은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줄 몰랐어. 몇몇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 전시회를 보았다. 88세 여류 화가가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전망 좋은 바닷가 풍경이 비춘 갤러리 주인은 20년 전부터 갤러리를 소유하고 아들과 함께 그림도 그린다고 하니 좋아 보였어. 가격대도 다양하고 꽤 비싼 작품도 저렴한 작품도 봤다. 


또 하나 놀란 점은 작은 마을에 서점이 있다는 것. 헌책방도 있어서 더 놀라고. 어부들의 은행도 있어서 웃고. 꽃집도 있고 거리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도 보고 여행객이 필요한 선물 파는 곳도 많고. 작은 마을은 예뻤어. 페인트 색깔이 어찌 고운지 다시 보고 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마을에 비추니 더 예쁘게 보이고. 바닷가에서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풍경은 예쁜 그림이 되지. 











오전 11시 반이 지나 점심 식사하러 갔다. 할머니 두 명이 접수를 받아 놀라고 2층에 올라가니 바닷가 전망이 죽여주게 아름다워 마치 영화 장면 같았어. Lobster Pot에 가서 랍스터와 참치 등을 주문했는데 삶은 옥수수 한 개도 주었는데 맛이 일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것을 넣지 않은 자연 맛 그대로가 가장 좋았다. 옥수수 빵도 있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받은 급식 옥수수빵도 생각났어. 당시 한국은 정말 가난한 나라라서 미국에서 도움을 줬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잘 모른다. 빵이 귀하던 시절이라 급식으로 준 옥수수 빵이 맛이 좋았어.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삶은 옥수수 맛이 정말 좋았지. 



























프로빈스타운 상업 거리 풍경 





우린 점심 식사를 하고 갤러리도 구경하고 카페에서 맛 좋은 아메리카노 커피도 마셨어. 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주 낯설어 무슨 언어 일지 궁금했는데 아들은 어쩌면 포르투갈어 같다고 하고.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 모른다. 이 섬에 포르투갈 사람들이 많이 정착했다고 하니. 


뜨거운 태양의 햇살 아래 잠시 낯선 거리 기웃거리며 걷다 라일락꽃 향기도 맡고 등나무 꽃 등 온갖 꽃 향기 맡으며 산책하니 더 좋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우린 해변가에 찾아가기로 했다. 기온이 높아 무척 더운데 Herring Cove Beach를 찾아 걸었다. 









아름다운 석양으로 소문한 Herring Cove Beach


자전거나 차로 간다면 더 편리할 텐데 그냥 걸었다. 꽤 오랜 시간을 걷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뉴욕 자메이카 야생 동물 보호 구역(Jamaica Bay Wildlife Refuge)이 생각났어. 오래전 아들과 함께 자메이카에 방문해 벌레에 물려 죽을 뻔했던 곳과 느낌이 비슷했다. Herring Cove Beach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고 하나 우린 프로빈스타운 중심가 페리 탑승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석양이 질 때까지 머물지 못했다. 





바닷가 전망이 무척 아름다운 레스토랑이 많아.





저녁 8시 반 페리를 타고 보스턴에 돌아갈 예정이라 저녁 식사도 프로빈스타운에서 했는데 오후 5시 지나 방문하니 이미 예약이 다 차 버린 레스토랑도 있고, 일부는 문이 닫혀 있고 어디서 식사할지 약간 고민했다. 적당한 곳에 들어가니 레스토랑 테이블에 에서 바닷가 풍경이 비춰 정말 멋지고 뉴욕 브롱스 City Island도 생각났다. 시티 아일랜드 역시 요트 정박장이 많고 해산물로 명성 높은 레스토랑이 많고 바닷가 전망 좋은 곳은 멋진 주택이거나 레스토랑이거나 요트 정박 장이라 보통 사람들 진입 조차 불가능. 자본주의가 넘실넘실 춤추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섬이라 놀랐어. 미국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깊이 느끼고 있지. 













저녁 식사를 하고 페리 탑승하는 부두에 가서 기다리는데 밤 기온이 내려가 얼마나 춥던지 혼이 났어. 낮에는 태양이 지글지글 타고 밤은 얼음나라처럼 추운데 바람도 심하게 부니 더 추워 남극 나라 같았어. 


메모리얼 데이 휴가 시즌이고 환상적인 날씨라 상업 거리에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다. 작은 마을에 갤러리,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니 놀랐어. 그런 면에서 뉴욕 롱아일랜드 파이어 아일랜드와는 완전 다른 색채다. 파이어 아일랜드는 오로지 자연뿐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그림자도 안 보이고 조용한 바닷가를 거닐며 사슴과 모래와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본다. 바람이 불면 더 좋고. 프로빈스타운과 파이어 아일랜드 모두 게이 커뮤니티라고 하는데 두 곳의 색채는 많이 달랐어. 전자는 작고 예쁜 마을 같은 느낌이 들고 후자는 자연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어느 날 두 자녀랑 파이어 아일랜드에 방문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국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를 봤는데 얼마나 멋지던지.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생각났지. 


프로빈스타운에 오래오래 머문다면 고요한 밤바다 풍경도 보고 파도 소리도 들으면서 휴식을 할 텐데 북적북적한 거리를 걸으며 휴양지에 다녀온 느낌이다.  늦은 밤 바에서 사람들 술 마시며 하는 이야기도 들으면 흥미로울 테고 연극이나 댄스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접하면 프로빈스타운에 대한  감동적인 추억이 남을지 몰라. 언제 기회 되면 마이클 커닝햄의 <아웃사이더 예찬>도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언제 다시 프로빈스타운에 방문할 기회가 올까. 하얀 갈매기 나는 푸른 바닷가 풍경이 그립다. 프로빈스타운은 우리 가족에게 멋진 추억을 남겼구나. 여행은 준비하는 동안 가슴 설레게 하고 여행 후 추억을 남기고 새로운 에너지를 줘서 좋다. 세월이 흘러가니 우리 가족도 케이프 코드에 방문했구나. 인생은 서두를 거 없어. 천천히 가도 좋아. 남들처럼 빨리 가지 않아도 좋아. 천천히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 내게 주어진 나랑 맞는 길을 천천히 가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싶다. 


5. 27 월요일 오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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