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훈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빙훈
내 몸무게보다 무거워진
젖은 그림자가
내 등을 누른다
강을 건너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
아직 젖지 못한 자들을 위해
비는
줄창 내리고 내리고 있었다
떠나야 하지만 떠나지 못한 자들은
아픈 후회들만 남긴채
하나둘 비속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거만한 자
마른 자들은
젖지 않으려 어디론가
서둘러 분주히 달려가고 있고
역의 한 귀퉁이에서
과일을 파는 늙은 노파는
비에 젖어
어둠이 깊어진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관심을 잔뜩 머금은
불투명 유리속의
시계는
子正
나는 어디로 갈까
고단한 내 육신은
어둠에 고삐 매어
몸부림치면서
세상에 의하여 어디론가 끌려간다
어둠은
늘 그렇듯이
음흉한 이빨을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웃고 있었다
.
.
.
.
.
.
https://www.youtube.com/watch?v=qi53JgAR7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