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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Nov 13. 2023

다문화교실입니다





"띵동"


메시지가 울립니다. 1교시 시작 전인데 누가 보냈을까? 메시지 창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4학년 선생님이십니다. 저는 5학년입니다. '무슨 일이지?' 창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4학년 5반 담임교사입니다.


저희 반 ○○이가 아침에 울며 교실에 왔습니다. 


등굣길에 5학년 형이 자신의 가슴을 밀었다고 합니다.


2교시 쉬는 시간에 


5학년 ★★와 ☆☆를 4학년 5반 교실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를 읽는 동안 기분이 나빠집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다른 학년 선생님이 부르시는 건 대부분 후배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욕을 했나? 아니면 때렸나?' 너무 궁금합니다. 궁금하지만 수업 시간이라 참았습니다. ★★이를 불러 질문을 시작하면 이번 수업도 진행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한국말을 못 해 통역하는 친구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이 커져 수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2교시를 마치자마자 ★★이를 불렀습니다. 자칫 조금의 시간이라도 지체하면 ★★이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대부분의 다문화 친구들이 수업 시간이 끝나면 바로 복도로 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저의 눈에 띌까 봐 다른 학년 복도로 뛰어갑니다. 제 눈에 띄면 교실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국말만 들리는 힘든 수업 시간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쉬는 시간 덕분입니다, 쉬는 시간은 복도에서 시원하게 러시아 말로 떠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불러 손을 잡고 4학년 교실로 출발했습니다. 4학년 선생님이 찾으시는 걸 보면 분명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는 1학기 때 여러 번 불려 갔었습니다. 2학기에는 한 번도 불려 간 적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오던 중인데 약간 실망감이 듭니다. 실망감이 들지만 무턱대고 혼을 낼 수도 없습니다. 4학년 교실에 가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화를 내어야겠다 생각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4학년 친구가 보입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책상에 엎드려 있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지 고개도 들지 않습니다. 통역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5학년 형들이 교실에 들어오니 4학년 교실도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선생님, 4학년 친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통역 선생님이 통역을 하십니다. 


"5학년 형들이 4학년 친구의 배를 밀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왜 5학년 형들이 밀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5학년 형들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해주십니다.


"4학년 동생이 아침에 등교하는데 장난감 칼로 자신들을 찌르려고 해서 밀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어떤 칼인지 꺼내 달라고 해주세요"


4학년 친구가 어쩔 수 없이 장난감 칼을 꺼내 보여줍니다. 꽤 날카로운 칼입니다. 이 칼로 형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 위험한 칼을 가지고 학교에 오다니 딱 걸렸습니다. 다행입니다.



등굣길에 4학년 친구가 위협을 했습니다. 5학년 형들은 그것에 반응을 해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후배를 밀치고 욕도 하고 말입니다. 4학년 친구는 다시는 장난감을 가져오지 않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형들에게 사과도 했습니다. 5학년 형들도 4학년 동생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위험한 장난감으로 인해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기로 했습니다.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 반 친구의 큰 잘못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다문화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학년 간 섞여서 일어나는 다툼이 많습니다. 한국 친구들은 다른 학년들과는 싸움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4년간 근무하며 다문화 친구들은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문화 친구들은 학년이 다르지만 동갑인 친구들이 제법 많습니다. 5학년 다문화 친구는 4학년에도 6학년에도 동갑 친구가 있습니다. 한국어 실력과 입학 시기에 따라 같은 나이여도 학년이 다르게 배정이 됩니다. 같은 형제가 동 학년에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년 간 교류가 많습니다. 쉬는 시간 복도는 다문화 친구들의 휴게실이 되는 것입니다. 교실은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가득합니다. 러시아어가 통하는 복도는 숨통이 트이는 공간과 시간인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같이하니 서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동 학년끼리 싸움은 친구이기 때문에 쉽게 사과하고 해결이 됩니다. 다른 학년이 섞이면 일이 커지고 가끔 학교폭력으로 신고되기도 합니다. 다문화 학교의 생활지도에 있어서의 어려움입니다. 



저희 반 다문화 친구가 호출을 당해 큰일인가 걱정을 했습니다. 작은 다툼이라 사과하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희 반 다문화 ★★이가 빨리 한국어 실력이 좋아져서 학교에 적응을 잘했으면 합니다. 



"★★야, 선생님 긴장하게 하지 말고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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