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드디어 커플이에요!"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커플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귀를 의심했습니다. 저희 반은 아직 커플이 없는데...
"무슨 얘기야? 커플이라고?"
"네, 선생님 커플이 생겼어요. 어제 고백했어요"
세상에나 커플이 생겼나 봅니다. 5학년이지만 아직 5학년 답지 않은 저희 반 친구들을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11월 드디어 커플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누구랑 누구가 커플이야?"
"선생님 맞춰보세요?"
질문을 했더니 다시 질문으로 받았습니다. 대답을 잘해야 하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너무 어려운데, 힌트?"
"♥♥가 먼저 고백했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조용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여자 친구입니다. 크게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을 본적도 없습니다. 한국어를 잘하지만 나서는 것을 어려워하여 통역 부탁하기가 미안해지는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먼저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사랑 앞에서는 용감해진다 하더니 우리 ♥♥이가 용감하고 용기 있는 친구였습니다.
"♥♥이가 누구에게 고백한 거야?"
"선생님 맞춰보세요?"
"혹시 ☆☆이?"
"맞아요!"
역시 ☆☆이었습니다.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어려운 친구 잘 도와주는 ☆☆이가 고백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는 1학기에도 책상 주변을 여자친구들이 에워싸곤 했습니다. 쉬는 시간 여자친구들로 ☆☆이 주변이 항상 시끄러웠습니다. 담임인 제가 봐도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이 멋진 친구에게 ♥♥이가 고백을 한 것입니다. 어떻게 고백했느냐고 물으니 카톡으로 고백했다고 합니다. ☆☆는 쑥스러운지 물을 때마다 고개를 숙입니다. 저도 그만 물어봐야겠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의 딸도 같은 반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랑 사귈래?" 남자친구의 말에 "응, 알았어" 대답을 바로 하고 말았습니다. 고백받는 게 처음이기도 했지만 고백받는 자체가 너무 좋아서 대답을 바로 해버렸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 둘이서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기대하며 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남자 친구를 만나고 온 딸이 너무 피곤해 보였답니다. 둘이 만나서 햄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답니다. 남자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나왔습니다. 남자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햄버거집으로 갔습니다. 여자 친구는 그 옆에서 자전거의 속도를 맞추며 뛰어갔다고 합니다. 그날 일찍 잤다고 합니다. 가며 오며 뛰어다닌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저희 반 두 친구가 서로 잘 챙겨주며 남은 5학년을 헤어지지 말고 잘 지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