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온라인 결혼식 UX관점으로 바라보기
"언니 나 결혼해!"
미국에 사는 사촌동생이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월.
우리 모두가 아는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같은 코로나가 발생했던 그때였다. 사실 2월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를 곧 사라질 전염병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나 역시도 동생을 축하하기 위해 8월에는 미국으로 날아갈 생각에 들떠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급기야 코로나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며 많은 나라의 국경문이 닫히고 이동이 제한됐다. 한국정부는 50명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고, 오랫동안 결혼식을 준비한 예비 신랑신부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미뤄야만 했다. 미국에 사는 동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식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생은 미국과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동생이 선택한 해결책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청중에게 방송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하면 유튜브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 채널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코로나 시기 크게 주목받았던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도 있다. 우리는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데 익숙한 세대다. 결혼식도 아티스트(신랑신부)와 청중(하객)이 소통하는 하나의 공연으로 바꿔서 바라본다면 온라인 결혼식도 기존 결혼식의 충분한 보완재이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 라이브 서비스를 도입하는 결혼식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미국 현지에서 결혼하는 동생커플은 LOVECAST(러브캐스트)를 선택했다. 국제 결혼을 하거나 외국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커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혼식 전용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한다. 이미 다수의 유사 서비스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서비스만의 차별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이 서비스의 첫인상은 '안심' 그리고 편리함'이었다. 신랑신부는 인원 제한 걱정 없이 결혼식이 생중계되는 온라인 공간으로 하객들을 초대할 수 있었다. 초대받은 하객들은 까다로운 설치 과정 없이 링크 하나면 결혼식을 시청할 수 있고 동시에 채팅창에서 소통도 가능했다.
미국 현지 서비스답게 미국 결혼식 문화를 반영해 서비스를 디자인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미국은 결혼식 본식이 끝난 후 따로 피로연 파티를 열어 밤새 춤추고 마시며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를 반영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면 24시간 동안 제한 없이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밖에도 결혼식 행진 때 쌀을 던지는 문화를 반영해 가상 쌀던지기(Virtual rice toss)와 신랑신부에게 선물 보내기(Gift Registry)도 기술로 해결했다. 마치 우리나라 결혼식 폐백에서 대추나 밤을 던지는 행위와 축의금을 내는 문화와 결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하는 신랑신부와 하객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결혼식만을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디자인했다는 점이 타서비스와 차별점었다. 이 차별점이 미국에 사는 M세대 커플에게 선택받은 이유 같았다. (참고로 저는 러브캐스트와 무관합니다. 뒷광고도 아닙니다ㅎㅎㅎ)
코로나 덕분(?)에 난생 처음 참여해본 온라인 결혼식은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언택트 시대로 인해 온라인 일상화가 5년, 10년 더 빠르게 앞당겨지게 되었다. 비대면 서비스는 우리 삶 속에 스며들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더 빠르게 기술이 접목될 것이다.
한국 결혼식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결혼식을 비대면 서비스로 옮여온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 디자인하면 좋을까? 동생결혼식 경험을 통해 온라인 결혼식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기획자의 눈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싶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미국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 '러브 캐스트'를 사용한 여정을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간단히 정리해봤다.
1) 결혼식 이전
결혼식이 생중계되는 서비스 링크를 미리 받았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결혼식 시작 알림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 현지 시간으로 정확히 몇 시에 식이 시작되는지 확인 가능했다. (미국 현지 일요일 4시 30분 → 한국 현지 월요일 오전 6시 30분) 시간을 확인하니 한숨이 저절로 났다. 월요일 오전 6시에는 꼭 일어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2) 결혼식 당일
한국 시간으로 아침 6시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쌍방향 라이브가 아니기에 잠옷차림의 편안한 옷을 입고 이불을 둘둘 말은 채 침대 위에서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라이브 영상 호스트로 지정된 친구가 식의 상황을 채팅창으로 알려왔다. 결혼식이 20분 정도 늦어짐을 채팅으로 알리는 동안 나를 포함한 하객들은 스크린 앞에 대기하며 신랑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날렸다. 다른 하객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메시지를 읽으니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3) 결혼식 진행중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장에 가족과 신랑신부가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껴졌다. 스크린 너머의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결혼식 입장에서 퇴장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 페인포인트
결혼식 화면을 너무 멀리서 잡아 스크린 너머의 표정들을 자세히 볼수 없었다. 주례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대충 식의 순서를 짐작해야 했다.
4) 결혼식 끝난 후
결혼식 퇴장 후 몇 분뒤 라이브 영상 호스트가 라이브 종료를 알렸다. 그리고 몇 초뒤 결혼식 중계 영상이 사이트에 저장되어 결혼식 다시보기를 재생해볼 수 있었다. 1년 동안 언제든지 영상을 볼 수 있고 다운받을 수 있다는 서비스 안내사항이 보였다.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할머니를 위해 영상을 다운받아 집에서 TV로 볼수 있게 해드리면 좋아하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페인포인트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쌍방향으로 얼굴을 직접 마주보며 소통할 수 없는 점, 신랑신부와 사진을 남길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 었다.
앞에서 고객 여정 지도 방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얻은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 인사이트를 4가지 포인트로 나눠봤다. 그리고 한국 결혼식 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겨온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보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점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유저의 맥락을 고려 (고객)
결혼식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다. 특히 모바일 사용이 익숙치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고령의 어른들에게는 결혼식을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까다롭고 번거로운 설치과정이나 가입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접속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미리 초대받은 하객들이 온라인에 정시 접속 가능하도록 알림 문자/이메일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실시간으로 참여하지 못한 하객들을 배려해 결혼식 다시보기 서비스와 외국인 하객을 위한 자동번역 서비스도 고려하면 좋겠다.
둘째. 한국 결혼식 문화 온라인에 도입 (문화)
기존 결혼식 문화를 온라인으로 모두 해결하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축의금일 것이다. 하객의 입장에서 축의금을 계좌로 달랑 보내기에 자칫 성의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전달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정성과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UXUI를 고려한 온라인 축의금 봉투 기능이 쓰이면 좋겠다. 온라인 송금 봉투기능하면 이미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떠오른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2018년 8월 도입 이후 ‘축결혼’봉투의 사용량이 최근 30%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능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 비대면 결혼식의 특성상 신랑신부가 하객에게 식사대접을 할 수 없는 대신 답례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 폐백문화도 많이 안하는 추세지만 가상으로 대추와 밤을 던지는 서비스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온라인 결혼식 추억 생성 (콘텐츠)
사진이 빠지면 아쉬운게 결혼식이다. 줌과 같은 쌍방향 화상채팅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온라인에 접속한 하객들과 함께 단체컷을 찍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AR기술을 활용해보는 것이다. 하객들이 AR앱을 실행하면 신랑신부 3D 이미지가 화면에 떠오르고 함께 셀카를 찍는 것으로 결혼식 사진을 대체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넷째. 환경 세팅과 필요한 전문 인력 (자원)
기존 결혼식도 리허설을 하지만 특히 변수가 많은 온라인 결혼식은 더 많은 리허설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1) 담당 매니저
리허설부터 결혼식이 종료되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해 서포트한다. 특히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작업을 해야한다.
2) 영상 프로듀서
다양한 앵글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보여줄 것인가 사전에 동선을 마치 공연처럼 기획해야 한다.
3) 영상 호스트
기존 결혼식의 사회자의 역할과 비슷하다. 신랑신부의 친구가 그 역할을 맡아 온라인 결혼식에 접속한 하객들에게 식의 상황과 내용을 안내하는 것이다.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온라인 결혼식에 대한 나의 한줄평이다. 온라인 결혼식은 감동도 눈물도 없는 모두에게 불편한 경험일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결혼식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지에 사는 가족과 동생커플이 행진하는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오르며 눈물이 찔끔났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휴대폰 스크린으로나마 참여하며 그들의 증인이 될수 있음에,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 기술과 서비스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주변에 나처럼 온라인 결혼식을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 온라인 결혼식에 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기존 결혼식에 참석하면 아는 분들과 인사 나누느라 신랑신부 서약서 낭독이나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온라인 결혼식에 참여해보니 신랑신부가 읽는 서약서 내용이 잘 들리고 둘의 시선이 자세히 보이니 예식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감동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데 진짜 카페 한구석에서 보다가 눈물 훔치느라 혼났어요"
코로나는 끝났다.
엔데믹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친구・가족・지인들의 결혼식을 일상처럼 참여한다. 다시 결혼시장은 활기를 띠면서 요즘 떠오르는 이슈중 하나가 결혼식 비용이다. 만만치 않는 비용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선 '결혼식 비용 아끼는 법', '다시 결혼해도 절대 돈쓰지 않을 곳 Best5'와 같은 콘텐츠가 인기다. 그만큼 결혼식은 이제 모두에게 부담되는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결혼식 청첩장 모임에 나가서도 비용을 절약하는 팁을 서로 공유하기 바쁘다. 결혼문화의 허례허식을 줄이고 약소화하는 결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온라인 결혼식도 앞으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번뿐인 인생의 큰 이벤트인만큼 결혼식은 물음표가 계속되는 풀기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내 개인의 여정을 고객의 여정으로 자주 반추하며 그려보려고 한다.
코로나 시기, 나와 가족이 실제로 겪었던 동생의 결혼식 비하인드를 통해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옮겨올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지 기획자의 눈으로 찐하게 체험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