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급함 대신, 기다림을 배우는 일
요즘 나는 ‘시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무언가를 배우려 할 때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퇴직을 앞두고
업무의 속도가 예전 같지 않다.
급하게 처리하던 일도,
빠르게 결정하던 일도
이제는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나에게 주는 ‘여유’가
결국 ‘다른 눈’을 열어준다는 걸 알게 된다.
예전엔 기다림이 답답했다.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초조했고
결과가 늦어지면 스스로를 탓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든 일에는 제때가 있다는 걸.
길을 걸을 때도 그렇다.
처음엔 목적지만 보였다.
몇 시간 만에 도착할지, 몇 코스를 남겼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걸음이 쌓일수록,
길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 되어갔다.
걸으면서 만나는 바람, 냄새, 사람들,
그 모든 것이 길의 일부라는 걸
조금씩 배워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문장을 쓰려 조급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멀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오늘의 나’를 담는 데 집중하니
비로소 문장이 살아났다.
시간은 결국 ‘나를 단련시키는 도구’였다.
조급함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
지금 내 삶은
끝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의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해온 일들이
모두 새로운 길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서두르지 않는다.
아직 다 오르지 못한 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천천히 오를 것이다.
시간이 내게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