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일에서 나로 돌아오는 연습>

— 배우는 일은 여전히, 계속된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 배우는 일은 여전히, 계속된다

근무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나는 생각보다 자주 ‘배움’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시간이 많다는 건 꼭 자유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처음엔 막막했다.

수십 년 동안 내 하루는 ‘해야 할 일’로 가득했다.
보고서와 일정표, 회의와 결과.
그 속에서 나는 늘 ‘필요한 사람’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일상의 틈이 조금씩 비워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회사에서 진행된 AI 교육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었다.
처음엔 업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AI를 배우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나는 늘 익숙한 방식을 좋아했다.


익숙함은 안전했지만,
그 안에 머무를수록 나는 조금씩 작아졌다.

그래서 이번엔 다짐했다.
두려워도, 모르면 배워보기로.


퇴근 후에는 글을 썼다.
하루 동안 마음에 남은 장면을 한 줄씩 옮기며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글을 쓰는 일은 또 다른 배움이었다.


누군가의 요청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책이 한 권 세상에 나왔다.
공저로 참여한 첫 책이었다.


그 순간 알았다.
배움은 교실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에서도 이어지는 일이라는 걸.


이제 나는 안다.
퇴직은 단절이 아니라 전환이다.


일에서 나로 돌아오는 연습,
그게 요즘 내가 배우는 새로운 일이다.


성과보다 의미를

속도보다 방향을


남을 위한 일보다 나를 위한 일을.

하루하루 나는 여전히 일하고 있다.


다만 그 일의 대상이
이제는 ‘회사’가 아니라 ‘나 자신’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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