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와 적응, 그 사이의 마음들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익숙한 하루와 조금씩 작별하고 있다.
늘 같은 시간에 울리던 알람,
출근길 버스의 창가 자리,
커피 향이 가득한 사무실의 아침.
그 모든 것들이 여전히 내 몸에 남아 있지만,
이제는 ‘내일이면 사라질 풍경’이 되었다.
며칠 전에는 서류철을 정리하다
내 이름이 적힌 명패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그 조그만 이름표가
묘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수없이 오르내리던 계단,
같은 말을 반복하던 회의 시간,
그리고 퇴근길에 들르던 시장의 불빛.
모두가 내 일상의 일부였음을,
이제야 실감했다.
그날 아침,
업무시스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인사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퇴직 6개월 전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출근할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순간, 화면 앞에서 멍해졌다.
‘아, 이제 정말 현실이구나.’
잠시 후 인사 담당자의 전화가 이어졌다.
“보통은 연수 프로그램을 선택하시지만,
선배님처럼 부서 전체를 총괄하시는 경우엔
후임자를 정해야 해서요.”
나는 무심코 물었다.
“지금 바로 결정해야 하나요?”
“아니요. 다음 주까지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대부분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바로 답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던 걸까.
‘아직 난 미련이 많은가 보다.’
그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왔다.
‘이 놓지 못하는 마음은 뭘까?’
그날 오후,
나는 창가에 앉아 한참을 바깥을 바라보았다.
햇살은 여전했고, 커피 향도 같았지만,
세상은 이미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익숙함을 떠난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배우는 일이다.
무엇을 잃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일이다.
퇴직은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의 시간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오늘도,
나는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그 새로운 나로 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