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늘, 나를 가르친다
길 위에서는 늘 배운다.
누군가는 걷기만 한다고 하지만
나는 걸을 때마다 내 안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멈춤’을 배우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기다림’을 배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조차
길은 언제나 무언가를 가르쳐준다.
둘레길을 걸을 때면
늘 다른 계절,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코스를 걸어도
보는 눈과 느끼는 마음은 매번 달라진다.
아마 그건 길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겠지.
함께 걷는 사람들을 보며 ‘관계의 거리’도 배운다.
너무 앞서가면 뒤를 놓치고, 너무 뒤처지면 길을 잃는다.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
그게 삶에서도 필요한 속도라는 걸
길 위에서 배웠다.
가끔은 혼자 걷는 날도 있다.
그때는 묘하게 모든 감각이 또렷해진다.
새소리, 나뭇잎의 흔들림,
그리고 내 발걸음의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리듬이 되어
마음을 정리해 준다.
길을 걸으며 나는 안다.
인생도 결국 이런 게 아닐까.
때로는 앞서가고,
때로는 잠시 멈추며,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일.
퇴직을 준비하며
나는 인생의 두 번째 길목에 서 있다.
불안함도 있지만
길이 알려준 것처럼,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가보려 한다.
길은 언제나 나에게 말한다.
“조급해하지 말아요. 지금 이 속도로 충분해요.”
그 말 한마디가 요즘의 나를 붙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