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함께 걷는 사람들〉

— 혼자 걷지만, 결국 길은 함께였다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평일엔 일터의 계단을 오르고,
주말엔 산의 오르막을 오른다.

그렇게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퇴직을 앞둔 지금,
‘함께 걷는 시간’이 내 삶의 또 다른 중심이 되었다.


코리아둘레길, 해파랑길, 남파랑길,
그리고 지리산, 설악산 종주를 꿈꾸며
나는 여전히 걷고 있다.


길은 다르지만,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마음은 묘하게 닮아 있다.


걷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맞춘다.
누군가는 앞에서 길을 찾고,
누군가는 뒤에서 발걸음을 챙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게 서로를 살핀다.


길 위의 대화는 언제나 솔직하다.
직장에서의 역할도, 나이도, 경력도 내려놓고
그저 ‘길 위의 동행자’로 마주한다.


산의 오르막에서는 숨을 나누고,
내리막에서는 웃음을 나눈다.
비가 오면 누군가는 우비를 나누고,
햇살이 뜨거우면 물을 권한다.


그 단순한 나눔이
묘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혼자 걷는 길은 나를 단단하게 하지만,
함께 걷는 길은 나를 부드럽게 만든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내가 놓치고 살았던 ‘함께의 시간’을 배운다.


퇴직을 앞둔 지금,
나는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일터에서의 관계가 끝나도
길 위에서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이어진다.


그 연결이 나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

걷는 일은 혼자 하는 것 같지만,
그 길은 언제나 함께였다.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함께 걸을 때 길은 더 멀리 이어지고 마음은 더 넓어지는 법이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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