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다시 배우고, 더 깊어지는 삶

: 멈춤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배움의 기쁨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최근 몇 년, 나는 글쓰기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서툴렀다.
문장을 꺼내는 일이 버거웠고,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두려웠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꿈꾸게 하는 일.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잊고 있던 나를 발견했고,
동시에 새로운 나를 창조할 수 있었다.


작년, 용기를 내어 여행 이야기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처음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글이었다.
작은 파문이었지만, 내 삶에서는 거대한 출발이었다.

이어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면서,
나는 비로소 ‘글을 쓰는 사람’의 길목에 들어섰음을 느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종이에 펜을 대는 순간, 나는 내 안의 목소리와 만난다.
문장 속에서 지나간 날의 흔적을 만지고,
잊었던 감정의 파편을 어루만진다.


때로는 오래전 떠나보낸 사람의 목소리가
내 글의 한 줄에 스며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따뜻하다.
눈물이 맺히지만, 그것은 후회의 눈물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다져 주는 눈물이다.


퇴직 전의 배움은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성과를 내기 위해,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배웠다.
그러나 은퇴 이후의 배움은 다르다.
이제는 ‘필요’가 아니라 ‘기쁨’에서 출발한다.

누구의 시선도, 평가도 없다.
오롯이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배우는 즐거움.
나는 글쓰기를 통해 다시 학생이 되었고,
책을 통해 스승을 만났다.

젊은 날의 공부가 ‘지식을 받아 적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공부는 ‘내 안의 목소리를 꺼내는 일’이다.

책 한 권, 문장 한 줄이 나를 흔들고, 깨운다.
하루를 마감하며 책장을 덮을 때면,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충만해진다.


퇴직 후 시간이 많아지자
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늘 “시간이 없어서” 미뤄왔던 일이다.
찌개를 끓이고 김치를 담그며
식탁에 앉아 남편과 마주할 때마다
삶의 온기가 조금 더 짙어진다.

요리를 배우는 일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였다.
식탁이 대화의 장소가 되었고,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함께 장을 보고 웃는 시간이 늘었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자,
그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몸을 단련하는 일에도 마음을 둔다.
걷기와 등산, 그리고 새롭게 배운 파크골프.
이제 운동은 성과가 아니라 리듬이 되었다.
공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은 고요해진다.
몸이 움직이는 리듬 안에서
나는 또 한 번 나를 단련한다.

문득 생각해 본다.


“은퇴란 정말 쉬는 일일까?”


이제 나는 안다.
일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삶의 일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배움은 여전히 나를 움직이게 하고,
그 배움이 나를 세상과 다시 연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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