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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류예지
Oct 22. 2024
묵묵히, 묵묵히 그렇게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속 "꿀밤묵"
엄마가 쑨 묵에는
별다른 재료랄 것이 없었다.
꿀밤 가루와 물이 전부였다.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는 걸,
늦은 저녁 엄마가 묵을 쒀대는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었다.
엄마는 좋아하는 일일연속극을 보다가도
밥솥을 열어 묵을 저었다.
저녁 아홉 시도 안 돼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면서도 묵을 저었다.
멓겋기만 한 묵이 빽빽하게 되질 될 때까지
젓고 또 저었다.
모로 누운 채 깜빡 잠든 엄마가
묵을 젓는다고
부스스 몸을 일으킬 때,
어쩔 수 없이 입 밖으로 끄응차 하며
밭은 숨을 뱉어낼 때,
엄마의 몸은 기름칠이 필요한 낡은 기계 같았다.
곧이라도 운행을 멈춰버릴 것 같은
낡은 기계......
/
<
그리운 날엔 사랑을 지어 먹어야겠다
> 중에서
------------------
J시에서 밤농사를 짓는다는 어르신과
비슷한 날짜에 수술을 하고
같은 재활병원으로 옮겨 병실까지 함께 쓰게 된 엄마.
두 분 다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대수술을 하셨다.
보행보조기를 끌고 씩씩하게 병실을 누비던 두 사람.
그러고보니 다리가 아프지 않을 때,
엄마는 뒷산에 올라가 밤도 꿀밤도 줍길 좋아했지.
엄마는 그때 진짜
날다람쥐 같았는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꿀밤 많이 주워왔다고
자랑하던 엄마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울 엄마는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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