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만 Feb 03. 2022

가난의 문법

오늘도 책을 읽었습니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에 대한 . ‘가난한 삶의 경로와 우연하지만 필연적이었던 구조들을 가시화하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다 저자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저자는 노인의 삶을 둘러싼 다양하고도 복잡한 요소들을 드러내면서 ‘윤영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그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보면서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런 현실을 담아낼 수 있었던 저자의 관점과… 모든 게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감히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질투 아닌 질투를 하며 읽었다.


‘노오력해라’는 말이 지금 이 시대의 노인에게도 강제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나 역시 지금보다 더 많은 가난함과 불안함을 노인 조혜민이 감당해야 할 것 같아 두려웠다. 개인의 삶이 국가, 사회가 만들어낸 ‘사건’에 지속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가난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신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애써야한다는 신호는 이제 꺼지고 말이다.


p.97

영자씨는 문득 궁금해졌다. 동네 사람들이 대체 뭘 사길래 이 상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영자씨가 경험한 바로는 모든 상자에 폭탄 그림이 있었고, 그 폭탄 안에 ‘로켓배송’이라 적혀있었다. ‘로켓배송’이라는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자씨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상점이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큰지,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상자를 내다버리는지 말이다.


p.131

윤영자의 삶은 다름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며 살아왔던 이 시대 노인들의 보통 모습이다. 문제는 그/녀들이 늙어버린 지금이다. 노인들은 이제 노화로 인해 청년과 중장년층에 비해 제한적으로밖에 활동할 수 없는 신체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족 간의 문제, 개인적인 실책 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정난에 처한 사람도 있다. 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치열하게 ‘끝없는 노오력’을 해야한다.


p.208

가난한 노인의 문제는 연민과 감동, 그리고 기부와 자선사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건 ‘안전한’ 자선활동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인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p.272

최근 도시하층민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들의 삶과 생애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찾기란 어렵다. 물론 통계를 통해 정책이 오작동하는 지점을 찾거나 욕구를 일반화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 명의 개인이 자신과 무엇을 연결지으며 생활을 이뤄가는지, 위태로운 개인을 둘러싼 사회는 무엇이며 그 전반의 구조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