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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Jul 31. 2022

2. 항해하라. 시도하라. 그밖에 다른 것은 없다.

그런데 이제 거기에 기획의 중요성을 곁들인  

1. 계획과 기획을 구분하자 


직군이 기획자는 아니지만 기획은 더 많이 하고 있다. 사업 전체를 기획할 일을 없지만 매달 작성하는 '인도네시아 트렌드 리포트'와 같은 보고서와 워크숍까지 모든 것이 기획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나 소셜 섹터는 사업별로 특색이 강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에 정형화되거나 통일된 기획이 타 영역에서 공통되게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하나의 방법론이나 프레임이 만들어진다면,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 효율이 곧 함정임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반대로 앞선 부분이 소셜섹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이로운 일을 비교적 업무경력이 짧더라도 부분적이지만 능동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기획은 늘 쉽지 않고 그렇기에 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할 때도 많다. 개인적으로 일을 잘하고 싶고 또한 그래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최근에 마루 360에서 진행하는 북클럽에 참여하며 「기획자의 일」을 읽었다.  


저자는 기획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한다. "기획은 실행하기 전과 실행하고 난 후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즉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만일 기획 이후에도 가치가 높아지지 않고 그대로 있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면 이는 실패한 기획"(「기획자의 일」에서 인용, 이하 인용 부분은 동일한 책이며 " "로 표기)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주니어 입장에서 조금 보완한다. 특히나 소셜섹터의 주니어라면 명확한 KPI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패를 어떻게 알 것인가. (그걸 알면 주니어겠냐고!)


그래서 개인의 측면에서는 성과를 통한 성장 혹은 성장을 통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개인적 목표가 담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비록 맡은 일에 명시적인 KPI가 없더라도 개인적으로 KPI를 세우고 회고를 해야 하려 노력한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읽었던 「함께 자라기」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양치질을 예시로 들며 '의도적인 수련'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역시 초반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언급한다. "학습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즉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면 이를 통해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의도적인 수련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다. 특히나 소셜섹터에서는 위와 같은 피드백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그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이전 사업이나 레퍼런스가 부재한 것은 아니기에 무의식적으로 ctrl c(복사)+ ctrl v(붙여 넣기)를 하듯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나 구글보다 더 정돈되고 정제된 구글 드라이브에서 검색을 할 때면,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진지하게 고민이 담긴 '기획'을 담기보다는 마음대로 얕은 '계획'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계획을 할 때와 기획을 해야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2. 기회가 일상적일수록 기획도 일상적이다 


우리는 기획을 왜 하는가. 실제로 일을 해보니 대학생 때는 기획 부서에 가야만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기회가 일상적인 곳일수록 기획도 일상적이다. 최근 한 행사에 대해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 책에서 나온 PMI 기법을 활용해서 적용했다. 


PMI 기법은 에드워드 드 보노가 만들었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존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제안된 아이디어들을 Plus, Minus, Interesting로 구분하고 발생되는 득과 실을 분석한 후 반대의 결정을 내릴 때 발생되는 득과 실을 놓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감정에 따른 순간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제안된 의견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고려함으로써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팀별로 발표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진행하는 행사인데 모든 팀이 순서대로 발표하는 방식이 장점도 있었지만 루즈해지고 분위기가 딱딱해져 네트워킹의 목적이 담겼던 이번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팀이 한 번씩 발표하는 방법 vs 소그룹 별로 진행하는 옵션을 제안드리며 아래와 같이 작성했다. 

처음 적용했으며, 아직 미숙하기에 부족하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은 '무슨 의도로 이 두 가지 옵션을 가져왔을까?'에 대한 고민을 보고를 받는 사람이 덜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생각보다 크다. 옵션을 제시한 의도를 모르게 된다면 기본적인 질문만 서로 오가다 회의시간이 끝나버릴 수도 있고 서로가 지치게 된다. 아래는 실제 PMI가 적용된 예시이다. 

논리 구조가 명확하고 '어떻게 최종 결정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보이며, 상호 간 짚어볼 부분도 명확해진다. 예시를 보니 한 없이 초라해지는 나의 실제 예시... 이런 부분이 짬과 투입한 고민의 시간의 영역이다. 그리고 보고서나 옵션을 제안드리며, '나의 제안처럼 반영이 되겠지'도 위험한 생각이지만 나의 제안이 상사와 의견이 다를까 너무 염려하는 것도 문제이다.


굳은살이 생겨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감정적 대립이 아닌 가설에 대한 선한 대립을 통해 배우는 것이 정말로 많다. 저자가 말한 대로 "누누이 강조하지만, 보고와 관련해 기획자와 보고받는 사람 간에 이견이 생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고받는 사람이 내용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러니 기획의 결과가 뚜렷한 콘셉트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읽고도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전혀 갈피를 못 잡겠는 보고 혹은 기획안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디서부터 피드백을 줘야 할 지도 갈피를 못 잡게 된다. 그러나 위처럼 정리해서 스스로 가설을 세워보면 어디서 내가 부족했고 (대부분 경험치 차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레퍼런스를 더 찾아봐야 하는지 함께 피드백을 나눠볼 수 있다. 


다만, 시간의 부가가치를 생각하자. 의사결정을 내릴 사람은 의사결정만 내릴 수 있도록 보고에는 핵심만 담겨야 한다. 10페이지의 보고서도 의사결정의 가장 위까지 이르면, 한 문장 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보고서는 간결하다. 단순히 내용을 압축하는 게 아니라 핵심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야 한다. 보고서를 쓸 때 항상 핵심만 담겨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것을 종합해서, 깔끔하다고 평가가 되는 것 같다. 



3. 기획은 결국 소통이 핵심이다  


신기하다. 영업을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면 늘 영업 이외의 것이 중요하고 마케팅의 구루들 역시 마케팅 이외의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넛지와 같은 부분도 있지만 결국 모든 일과 분야의 핵심은 '소통으로 빚어진 신뢰'이다. 


음식점, 패션업 등의 분야를 보더라도 똑같은 리스크를 마주하더라도 회생 불가능한 곳이 있는 반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곳들도 있다. 짧은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거나 리스크를 마주할 때 최악의 선택 중 하나가 로고스(logos) 즉, 논리 기반으로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르면, 에토스가 설득에서 60%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그래서 대부분의 영업 혹은 협상의 전문가들은 '감정을 흔들어라'라고 이야기한다. 보고서도 위의 PMI, 혹은 로직트리 등을 활용해서 빈틈없이 보고서를 쓰더라도 논리만으로는 설득력 크게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 (발표 심사 혹은 면접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흔들어야 하는데 감성적인 문구를 쓰라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구조 자체를 상대가 얻게 되는 메리트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숫자를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관심을 가질 핵심을 구조적으로 상위에 두는 방법도 전략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산업 트렌드에도 관심이 많아 증권 보고서를 읽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근거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가 잡힌 뒤에 읽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것의 편차는 크다. 


위처럼 구조를 통한 소통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한다. 기획을 맡았을 때 들을 수 있는 최악의 평가 중 하나는 '아~ 이거 기획단에서부터 잘못되었네'라는 평가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반영해야 하는데 전혀 라포가 없는 사람으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듣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흔히 사내 정치는 안 좋은 것이라고 평가되고 개인적으로도 싫어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등장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문장 뒤에 인간을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한다. 이 두 가지 문장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 특히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쿠션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을 잘해두자! '일상에서도 기획이 필요하다면 결국 기획 역시 일상에서 나오는 것이다'라는 인사이트를 끝으로 부족한 경험에서 적은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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