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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Sep 22. 2023

토스의 '유난한 도전' 속
유난한 인사이트

토스의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요인들

스타트업의 생태계로 오게 된 후 대표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나는 매료되곤 했다.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의 서문의 비유를 조금 변형하면,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숭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타트업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 아닐까. 그들에게 자본시장의 주인은 리스크를 기꺼이 짊어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항상 배운다. 올해 초부터 펼쳤던 토스의 이야기가 담긴 <<유난한 도전>>을 이제야 닫으며 글을 남긴다. 


1. 시장이라는 심연을 곡해 없이 바라볼 것


니체의 말처럼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 역시 우리를 바라본다는 말처럼. 우리가 시장을 바라볼 때 시장 역시 우리를 바라본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부분 시장에서의 하나의 문제정의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또한 이 문제정의는 대표자의 스토리와도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업의 시작점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관이 개입되며 오류가 생긴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 역시 아래와 같이 회상한다.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에 몰두한 나머지, 사람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세상이 받아들이는 문제의 크기보다,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고전이 되어버린 <<린스타트업>>의 린(Lean)한 방법론이 핵심이다. 많은 초기 혹은 예비창업자 분들을 만나면, 혹시 미완인 상태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 브랜드에 영향이 갈까 두려워하신다. 그러나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시장 검증이 안 되어 수요 없는 세련된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시장 검증이 되며 확장되어 가는 애플리케이션이 스타트업에 더 적합하다.


이와 더불어, 완벽한 상태로 모든 실험을 진행한다면 Cash runway가 보통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대표의 가수금 형태로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겠으나 이 역시 향후 투자를 받을 때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다시 이어지는 내용은 토스 이승건 대표의 회상이다.


"1년 넘게 2억 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토스의 모델은 1만 원으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었다."


토스 역시 무턱대고 광고를 돌렸다. 이틀 동안 1만 원 정도 태우자 광고는 6000명에게 노출됐고 3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초기에는 여러 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개발보다 고객 인터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MVP는 Minimum Viable Product라는 점을, 심지어 완성 후에도 피봇 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자.   




2. 넷플릭스를 따라가고자 한다면


넷플릭스 컬처덱을 보며, 조직이 커지면서 복잡도가 올라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정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면 인재들이 떠나감. 조직에서 관리해야 할 가장 주요한 자원은 비용도 근태도 아닌 ‘열정’ 임을 깨달았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성장기를 다룬 <<규칙 없음>>의 위 단계는 병렬적 진행이 아닌 순차진행이다. 우선 1단계, 최우선인 ‘인재 밀도를 구축하라’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닌 이상 딜레마에 부딪힌다. 오히려 초기일수록 전문 인력(CTO급이 필요하지, 주니어 개발자가 필요하지는 않다)이 필요하지만 이를 지불할 수 있는 자본력은 충분치 않고 VS 초기 스타트업은 정부의 여러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인력이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위해서는 ‘퇴사 전’부터 팀빌딩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에 창업 부트캠프에 대한 수요 역시 이러한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창업을 위해서 대학을 그만두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대학에서의 인적 인프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투자 시 학벌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며, 실력과도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고급 개발 인력이 서울대, 카이스트 컴퓨터 공학과에서 친구들과 창업할 경우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퇴사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초기에 팀빌딩이 잘 되어 있는 팀들을 보면, 나 역시 항상 ‘초기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팀을 구축 했’는지 꼭 물어본다.  대부분의 대표님들이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창업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혹은 기업 연구실에서 만났고(가끔은 타 부서까지) 창업 이전부터 오랜 기간 팀빌딩을 했다고 말씀주신다.


위는 Co-founder의 영역이며, 신입 역시 채용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이 경우에, 나는 ‘열정’ + ‘비전’을 통한 우리 조직과의 Fit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드린다. 스타트업의 경우, 마케팅 직군으로 채용하더라도 디자인-퍼포먼스 마케팅+그로스 마케팅-영업 등까지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광범위해질 여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포인트와 직무만 보고 채용을 결정했다가 위와 같은 업무 영역 확대로 대표님도, 신입 분들도 힘들고 조직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를 많이 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 FM(풋볼 매니저)라는 게임을 거의 광적으로 좋아했었다. 그중 잉글랜드 5부 리그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켜 우승시키는 것도 좋아했는데(이때부터 액셀러레이터 기질이 있었군). 5부리그 팀에서 스쿼드를 짤 때는 포지션과 크게 상관없이 능력치가, 그리고 누군가 부상당하면 그 자리까지 뛸 수 있는 올라운더가 중요했다. 물론 전문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좋겠지만, 영입할 수 있는 돈이 없었고 돈이 있어도 팀을 모른다며 거절했다. 초기 스타트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겪는다. 위의 사례에서도, 차츰 승격을 하며 전문적인 포지션을 뛸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필요해진다. 스타트업 역시, 차츰 Seed 단계를 지나고 Series A 단계를 거치며, ‘열정’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순간이 다가온다. 개발에서도 CTO가 외주개발사와 소통하던 단계에서 서비스 내재화를 위해서 프론트엔드-백엔드 개발자 선발이 필요할 수 있으며, TIPS 등에 선정되어 이제 본격적인 R&D 인력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마케팅만 보더라도, 위처럼 올라운더가 아니라 퍼포먼스/그로스 분야에 특화해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해지는 타이밍이 온다. (오지 않는다면, 조직의 성장 속도를 돌아봐야 할 수도 있다)


그 순간이 창업자에게는 가장 아픈 순간이지만 초기 멤버들과의 ‘작별’이 필요한 시기이다. 페이팔 초기 멤버이자 링크드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역시 <<블리츠 스케일링>>에서 모든 사람이 회사와 똑같이 발맞춰서 성장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그렇기에 초기 불안하고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면, 향후에는 성장하면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게 된다.   




3. 대표라면, 무기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토스 역시 인터넷 뱅킹/증권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당연히)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나 정부의 자본안정성 요구에 따라 이전 투자자들에게 RCPS(상환우선주)에서 R(상환) 조건을 없애 전환우선주로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다만 이 경우, 토스 정도로 성장한 회사가 명확한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쪽으로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 R을 떼는 것(상황) 조건을 없애는 것 자체가 투자 하우스에서는 크게 이슈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밸류나 멀티플이 올라가는 이슈일 것이기에.


이와 더불어, LG 유플러스에서 PG 사업부를 인수하며 겪었던 인력 문제, 초기 사업 확장을 위해서 수백 억 원을 투입했던 것. 국민에게 토스를 가장 많이 알렸던 가입 시 ‘1주 선물’ 이벤트로 자본금이 휘청할 뻔했던 이벤트 등 아마 이 부분으로만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초기 확장 시, 이승건 대표가 내부를 설득한 논리였던 ‘무기가 없어서 졌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초기의 ‘생존’ 단계를 마주할 스타트업들이 수직/수평적 확장을 진행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규제, 진입장벽 등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산재해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미덕’이 아닌 필수적 요건이다. 만약 우리가 확장해 나갈 분야에, 100가지 불안(걱정되는)요인마저 상쇄할 수 있는 1가지 분야이고 요인이 존재한다면 확장을 결심할 용기가 필요하다.


극복을 결심한 사람과 조직에게 난이도는 좌절보다는 간절함의 정도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초기 단계를 거치며 쌓아온 조직의 ‘그릿’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그릿이 쌓인다. 외부의 해당 분야에서 M&A를 담당했던 컨설턴트, 전문 인력 스카우팅도 중요하겠으나 나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토스에서 인사말처럼 사용되었던 ‘해내세요’처럼 오히려 불가능한 영역에서 팀과 조직이 비즈니스를 개척하며 쌓아왔던 ‘그릿’만이 자산이 된다. 어려움 속에 있는 스타트업에게 가혹한 말일 수 있으나 니체가 말한 것처럼 ‘풍파는 언제나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 만약 우리 조직이 생존이라는 급류를 빠져나온 뒤 너무 문제없이 완만하게 흘러가고 있다면, 우리의 비전과 조직에 대해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커리어 관점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4. 제갈량의 교훈을 상기할 것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책의 말미에, “제갈량은 천재였지만 위임을 못했기 때문에, 전투에서 이겼을지언정 전쟁에서는 졌다”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위의 1-3 단계를 거치면 4단계를 마주하게 된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훌륭한 초기 멤버는 정말 지상 최고의 제너럴리스트들이다.


이들은 ‘일이 되게 하는 사람’들에 가까운데 동시에 맹점은 이들은 위임보다는 혼자서 다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마케팅, 영업 등을 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고 현재 단계의 C레벨 등이 전 과정을 책임졌기에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조직이 계속해서 Series B 등으로 성장하고 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 특히나 대표가 A-Z를 담당했던 스타트업이라면, 계속해서 대표에게 책임과 일의 무게가 과중해진다. 점점 새로운 조직원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가장 밑의 이야기가 대표에게 오지 않고 퇴사율이 증가하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연히 1on1 등도 중요하지만, 조직원의 성장과 육성도 중요하다. 제갈량, 장비, 관우, 조자룡 등 촉은 위의 실수와 더불어 내부의 후임자를 적절히 길러내지 못했다. (물론, 강유를 외부 스카우팅 했다) 축구팀 역시, 세대교체 시에 성적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도 한다.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역할이라면, 대표는 조직원들의 액셀러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조직원이 최고의 복지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모두에게 액셀러레이터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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