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끊임없이 갈증을 견디는 일 같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고픈 갈증으로 공부했고, 특수교육과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인간의 욕구를 알고 싶다는 갈증으로 다시 영문학도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공부와 병행하며 7년간 학원강사로 일했고, 한여름에 쓰러진 노숙자를 도와주던 경찰관을 보고 사람다운 삶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갈증으로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제가 좋은 경찰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언론, 동료들이 그리는 경찰관은 언제나 군말 없이 강하고 신속한 남성 경찰관이었습니다. 입직 경로, 외모, 기질 등 여러 방면에서 저는 동료들과는 이질적인 존재였습니다. 지금도 이따금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것이 불편합니다. 공인되지 않은 감정들이 조직 내 나의 역할을 결정합니다. 말없이 요구하고 순응하는 역할의 거미줄에 포획되어 때로는 화합하고 때로는 불화하며 살고 있습니다.
흠결 없는 경찰관은 아닐지라도, 저는 계속 나아지고 있습니다. 조직의 변방에서 조직과 불화하는 경험도 돌아보니 모두 선물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인류학자 캐슬린 스튜어트가 말하는 투명한 힘, 즉 거리를 배회하는 ‘갈 데 없는 격한 감정들’과 ‘이미 겪었지만 흡수되지 않은 일들, 온갖 충격들, 마무리되지 않고 버려진 온갖 파편들’은 살아있다면 누구나 겪고 있는 인간 존재 본연의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애틋함을 느낍니다. 어쨌든 인간은 나고, 살고, 죽는 공동 운명을 타고난 서러운 존재들이니까요.
사람이 애틋해서, 사람을 우주처럼 대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동료들의 단편적인 말과 행동에서 인간적인 욕구와 감정을 봅니다. 여성혐오의 발언도 때로는 다층적인 현상에서 거친 현장의 고충을 보는 통로가 됩니다. 민원인들의 요구와 욕구는 분별하여 응대합니다.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더라도,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욕구를 읽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며 위로합니다. 현장은 급박하고 혼란스럽지만, 시간을 가지고 달리 보면 사람이 밉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서 2022년 인권기자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총 9편의 글 게재했고, 가끔 동료들의 따뜻한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실종 수사 업무를 하면서는 해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수시책을 만들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기본 업무에 더해 2022년 장기실종아동을 찾아 그들을 가족으로 돌려보냈고(『리-멤버』프로 젝트), 2023년 상습가출청소년들을 180회 상담하며 그 변화를 기록하고 성장하게 했고(『컨택트』프로젝트), 2024년에는 치매노인 실종 예방 제도 개선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스마트-온』프로젝트).
2022년『리-멤버(re-member)』시책으로는 101회 언론보도가 나가고 생방송 인터뷰도 3차례나 진행했습니다. 물론 성과보다 더 자랑스러운 보답은 56년 만에 가족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저는 감동으로 일을 합니다. 실종된 조현병 환자를 보호하며 나눴던 대화, 보호자를 만나 집으로 향하던 치매 어르신이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던 순간이 제가 일하는 동력입니다.
감동은 삶의 가치에서 옵니다. 갈등이 난무하는 고통스러운 현장도 가치의 배움터가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사람은 방황할지라도 결국 옳은 길을 갈 것입니다. 제가 인권 강사가 된다면 신고받은 내용만으로는 복잡다단한 타인의 가치를 쉬이 단정할 수 없고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궁극적 가치가 인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