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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전신간 May 27. 2024

피부 좋아지는 건 덤이고

따뜻한 사람의 체온을 선사해드립니다.


튼을 눌러버렸다


(전편에 이어) 다이소에 입점하는 브랜드사들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는데, 실장님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나는 '요새 엄청 인기인 그 제품 있잖아요' 까지만 말했는데, 실장님은 무슨 버튼이라도 눌린 듯이 대번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셨다.  와중에도 작고 조곤조곤한 음성과 손놀림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어유, 요새 그 제품 때문에 중고등학생들 피부가 말이 아니에요. 속눈썹 펌하러 온 친구들 보면 피부 뒤집어져서, '왜 이렇게 됐어요' 물어보면 다 그거 써서 그렇다고 해요..."라고 한숨로 말을 마치셨다. 아, 실장님께서는 스몰토크에 진심이시구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의도치 않게 한 말에 상대방이 격한 반응을 보였을 때 버튼 눌렸다는 표현을 쓴다.


의외의 트렌드 리더(Reader)


더불어 그의 말에서 나는 일이 고단하다는 뉘앙스를 읽었다. 일이 늘어나니까 많이 힘드신가 보다. 혹은 피부가 상해서 오는 어린 손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일지도 모른다.


그럼, 그렇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잦  장기간 인기가 이어지냐니까 아직 못 사봐서 궁금한 사람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요새는 각질 패드, 필링 토너 등을 사용하고 피부가 상해서 오는 분들이 많다고 다. 괜히 너도 나도 민감하다며 진정 제품을 찾는 옛말이고 지금은 진짜로 진정이 필요한 상황이 다. 최근 사람들의 피부 상태를 직접 듣기도 하고, 인기 제품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어 참 흥미로웠다.


민감성 피부는 자극에 쉽게 붉어지는 게 특징이다.



손이 참 따뜻하시네요


 팩을 닦아낸 후 실장님은 으로 승모근과 얼굴 근육을 마사지해주셨다. 자격증 준비할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금은 전체 과정의 40% 까지 왔다. 세안딥클렌징 후 팩 마사지까지, 이쯤 되면 대부분 관리사의 손은 열심히 움직이느라고 따뜻하기 마련이다.


자격증 준비 당시, 파트너와 실습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던 말을 하나 기억하고 있. 그건 '내 손이 작지만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란 말이었다. 전문가의 노련한 손놀림은 니었지만, 그저 따뜻한 손을 가졌다는 만으로 그런 말을 들었다 것에 크게 놀랐고 기뻤다.


그래서 혹여 고단하실 테지만, 내 말에 조금이나마 기쁘실까 싶어 '손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안 그래도 인간 난로라고 어머니가 항상 추우실 때 손을 꼭 잡으시곤 했다'는 말을 하셨다.



원체 손이 잘 따뜻해지는 체질이라기보다, 그만큼 맡은 일에 열과 성을 다하니 몸에 열기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승모근부터 시작된 마사지는 뒤통수의 두피 속까지 길게 이어진 뒤에야 마쳤다.



유기괄사쓰는 이유


 수기 관리를 마치고 실장님은 마치 체스의 폰처럼 손잡이와 바닥이 둥그런, 황금 광택의 그것을 내 얼굴 위로 가져오셨다. 바로 '방짜 유기 마사지'를 시작하시려는 참이었다.


은은한 광이 참 예쁘고 모양 또한 다양해서 재밌다.(출처:구글 검색)


유기는 식기류만 있는 줄 알았는데 괄사 마사지 기구가 있었다니. "유기는 열 전도율이 사람과 유사해서 마사지에 쓰고 있어요. 지금은 아마 예열을 해둬서 따뜻하실 건데요. 고객님은 얼굴에 열이 몰리는 편이셔서 오래 하지는 않을게요."


기구가 얼굴에 닿았다. 예상했던 금속의 투박함과 딱딱함은 없고, 기분 좋은 따뜻함이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천천히 밀려나갔다. 짝 긴장했던  어느새 잊, 실장님의 손길 편하게 마음을 맡겼다.



체온의 교류가 핵심


방짜 유기 특유의 은근하고 농밀한 광택은 물론, 묵직한 무게 때문에 꽤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정성 들인 한상 차림을 준비하실 때 어머니께서 찬장에서 꺼내시던 그 유기다.


이곳은 유기가 사람의 체온과 유사한 따뜻함을 가지는 소재라서 사용한다고 했다. 관리사의 체온과 마사지받는 사람의 체온이 유기를 매개로 섞이고 전해지는 것이니, 이 역시도 예의 따뜻한 손이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 것과 맥락이 같았다. 


피부 관리실은 말 그대로 피부를 관리해주는 곳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피부가 좋아지려고' 오는 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다. 기구 하나 조차도 사람을 위하여 고른 것으로 구비되어 있으니, 그 깊은 뜻에 감사하며 몸을 맡기면 심신이 훨씬 평온하게 느껴질 것이다.



인간적이라서


천지인이 떠올랐다. 하늘과 땅 사이의 뜻을 소통시키는 것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내가 경험한 하늘은 관리사의 체온이고, 나의 체온은 땅이니 괄사는 천지인 중 사람이라. 별 생각을 다하는군.


하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사람과 유사한 열 전도율을 갖는다는 이유로 나무도, 도자도 아닌 유기가 선택된 것을 보면 말이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인간 중심으로 해석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래도 된다.


왜냐면 이곳은 피부 관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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