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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트 스페이스 Jan 31. 2018

아이 웨이웨이@퀸즈 뮤지엄


퀸즈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플러싱 메도우즈 코로나 파크에 잠시 들렀다. 이름도 긴 이 공원은 센트럴파크 보다도 큰 규모라 여러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중 유니스피어 Unisphere는 이 공원의 상징적인 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스피어는 웬만한 고층 건물 높이라 멀리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 자주 보게 된다. 유니스피어를 디자인한 길모어 클라크 Gilmore D. Clarke는 센트럴 팍 내 동물원 등 많은 명소들을 디자인한 뛰어난 건축가이다. 



유니스피어 아래에는 한시적으로 설치된 새로운 조형물이 있다. 뉴욕 다섯 개 보로에 전시 중인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갔기에 금방 알았지만, 만약 몰랐더라면 무슨 공사를 하고 있어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줄 알았을 것 같다. 아이 웨이웨이는 유펜과 버클리 등지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뉴욕으로 옮겨와 파슨스와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다니며 공부를 한 뒤 뉴욕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그림들을 그려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뉴욕에서 활동하던 마르셀 뒤상과 앤디 워홀, 제스퍼 존스의 미술에 큰 영향을 받았고, 잭 케루악과 함께 비트 제너레이션을 주도한 시인 알렌 긴즈버그와도 안면을 트게 되었다. 긴즈버그는 베이징의 유명한 시인인 웨이웨이의 아버지를 만나러 함께 가기도 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뉴욕, 보스턴 일대에서 아이웨이의 작품들은 정말 자주 만나게 된다.    



천천히 걸어 퀸즈 뮤지엄 앞으로 갔다. 예전에는 퀸즈 뮤지엄 오브 아트였는데 이름이 바뀌었다. 이 건물이 세워진 것은 1939년 뉴욕 박람회 때였고, 1945년 UN이 설립되면서 현재의 이스트 리버의 하얀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 약 5년 가까이 UN 본부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이 건물이었다. 1964년 시작된 뉴욕 박람회 때는 뉴욕 관으로 이용되었고, 1972년 재단장을 거쳐 퀸즈 미술관으로 오픈이 되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실내는 생각보다 붐비지는 않는다.



로비에는 작은 이동도서관이 있는데, 퀸즈 뮤지엄의 예술가들이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들을 소개받아 진열해둔 것이다. 이곳에서 읽고 다시 제자리에 두면 된다.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던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도 놓여있다. 흑인 아버지가 열다섯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흑인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암담함과 절망,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몇 년 전 엑시터에 초청연사로 방문해 많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작가이다. 첫 장을 열면 흑인문학을 대표하는 [블랙 보이 Black Boy] [네이티브 선 Native Son]의 작가 리처드 롸잇의 말들이 적혀있다. 이 책들은 모두 미국 보딩스쿨 권장 도서들이다.  



천천히 벽에 걸린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뉴욕 박람회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를 했는지 알게 된다.



뉴욕 박람회 당시 파빌리온을 디자인했던 루이스 칸과 마르셀 브루어 Marcel Breuer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스케치와 도안을 구경할 수 있다. 마르셀 브루어는 예전 휘트니 뮤지엄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로, 휘트니 뮤지엄이 첼시로 옮겨간 후 매트로 폴리탄 뮤지엄이 그 건물을 매트로폴리탄 뮤지엄 분관으로 사용하고, 그의 이름을 따 '매트 브루어 Met Breuer'로 이름 지었다. 



그리고 한 곳에는 티파니 램프 상설 전시장이 있다. 티파니 창립자의 아들 루이스 티파니는 티파니 스테인드 글라스와 램프 디자이너였는데 코네티컷의 마크 트웨인 하우스에 가면 그가 디자인한 문이 남아있다.  



퀸즈 뮤지엄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뉴욕 파노라마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얼마 전 보았던, 뉴욕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 [원더스트럭 Wonderstruck]에 줄리언 무어가 이 파노라마를 만든 디자이너로 출연한다. 처음 만난 손자의 손을 잡고 이곳에 와서 건물 하나하나를 보며 이미 세상을 떠난 아들의 삶과 사랑과 희망을 들려준다. 영화에서는 안으로 들어가서 걸어 다니지만, 실제로는 위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는 건물들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색색깔로 변하며 반짝이는 불빛들이 참 아름답다. 



2층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행사가 열리고, 뮤지엄 샵에는 이쁜 선물들도 많고, 바로 옆 카페의 커피도 맛있다. 커피를 한 잔 받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퀸즈 뮤지엄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US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센터 Billie Jean King National Tennis Center를 만나게 된다. 그 앞에는 멋진 조형물이 서있다. 빌리 진 킹은 전설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로 얼마 전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유니스피어 아래를 한 바퀴 더 돌았다. 요즘 뉴욕 날씨가 따뜻해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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