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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Apr 09. 2024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

반려견 또복이가 알려주는 것들

"사랑의 본질은 뭔가를 위해 '일하는' 것, '뭔가를 기르는 것'에 있다. 사랑과 노동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다."

-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a)


겨울이면 죽어나가는 것들이 있다. 우리 집 화초들 이야기다. 추운 날씨에 게을러져 2-3주에 한 번씩은 주어야 하는 물도 깜빡하기 일쑤다. 볕 좋은 날에는 밖에 내놓아 빛도 쫴줘야 하는데 집안 그늘진 곳에서 화초들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 만이 아니다. 그를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한다. 특히 그가 살 수 있게 그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뭔가를 해야 한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자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염려하는 것이다. 이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a)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연인을 가지려고 만 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사랑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있다면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소유하고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꽃에 물을 주듯이 화초에 햇볕을 나리듯이 연인을 위해 '참다운 일'을 해야 한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또복이


또복이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 일을 한다. 내가 돌아오면 온 정성을 다해 꼬리와 머리를 흔들며 나를 반긴다. 내가 외로워 보이면 자다가도 내 곁에 와서 위로해 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또복이는 열심히 일을 한다. 


나는 또복이가 생기발랄해지는 순간을 안다. 물과 먹을 것을 줄 때와 산책하고 놀아줄 때다. 모두 작은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보기도기' 매장 오픈 한다고 한 동안 또복이를 방치하다시피 한 적이 있다. 놀아줄 틈도 산책은 더더욱 할 여력이 없었다. 물론 변명이다. 


시무룩한 또복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초롱초롱했던 또복이의 눈망울이 점점 더 흐릿해져 갔다. 나를 쳐다보는 애처로운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사달이 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심심했던지 평소 안 하던 '발사탕'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매장 오픈을 위해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벌겋게 부어오른 녀석의 발을 보고는 마음이 무너졌다. 동물 병원서 약 처방을 받고 발을 소독하고 발을 핥지 못하게 하는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발사탕 때문에 고생하는 또복이


치료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고 약으로 쓰라린 발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또복이가 또 역시나 가여운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매장 오픈도 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또복이도 나도 새로운 일상을 찾았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사탕하는 버릇도 사라졌다. 


다시 행복해하는 또복이를 보면서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한 것처럼 사랑의 본질은 '그를 위해 일을 하는 것' 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관심을 갖고 염려하고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마음. 그가 행복해하고 그가 좋은 강아지로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노동'일 것이다. 


또복아~

또복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되어 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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