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메시지는 문제집에서나 찾자고요.
영화는 왜 메시지를 숨길까. 영화를 즐겨 봅니다. 영화에 대해 잘은 몰라도 2시간 남짓의 시간에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가장 좋은 매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라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는데요, 최근 영상에서는 영화를 왜 어렵게 만들까 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죠.
"메시지를 원하는가? 그러면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쳐라."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의 말과 행동을 텍스트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파편적인 콘텍스트에 끼워 넣어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명확한 메시지를 찾기 위해 말이죠.
근데 그게 말이 되나요. 나만 해도 의미심장한 말, 아무 의미 없는 말, 둘러대는 말, 거짓말을 수도 없이 하는 걸요. 정작 자신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말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찾으려 했다니 얼마나 오만한가요. 팔이 조금 더 길었다면 천둥 같은 꿀밤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게다가 누구나 비밀은 있잖아요. 타인에게 입장권을 줄지 말지는 비밀을 가진 사람의 선택이겠죠. 내게 진실을 달라고 애원한들 진실은커녕 더 큰 거짓말의 여지를 남길 뿐입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들으면 또 뭐가 달라지나 싶기도 하고요.
대체 삶에서 명확한 게 있었나 생각해봅니다. 수능도, 취업도, 연애도 어디 정확한 지령을 줬던가요. 다지선다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를 뿐이고 좋건 싫건 그에 따른 피드백이 돌아올 뿐입니다. 삶은 게임보다는 영화에 가까우니까요.
타인의 메시지를 마냥 신뢰하진 않더라도 섣부른 추측을 보탤 필요는 없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는 감상의 묘를 반감할 뿐이니까요. 이동진 평론가의 말대로면 명확한 메시지만 전달하는 영화는 프로파간다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