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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Jul 13. 2022

어렸을 적 내 '이상한' 친구 '우영우'에게

나는 그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안타깝게도.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서문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카톡에 적어두고 곱씹게 되는 문장입니다. 그의 말은 비단 연인 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의 삶을 다룹니다.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우영우가 아닌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의 우영우를 키우며 아빠는 항상 외로웠다고.


아마 아빠는 그와 딸을 둘러싼 세상을 맞서며 자아의 무게를 견딤과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을 겁니다. 딸인 우영우를 사랑한다는 게 아빠니 당연하다고 쉬이 말할 순 없겠죠. 하루키의 말처럼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내게도 '이상한' '우영우'와 같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이었는데요, 흔히 말하는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난 친구였습니다. 


어머니가 초기 암 수술을 받느라 할머니 집에 머물 때였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였던 할머니 집에서 여섯 칸, 그곳에 그 친구의 가족이 살았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던 친구. 자연스레 게임을 하며 친해졌고, 순식간에 등하교도 같이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습니다.


몇 달이나 지났을까요.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던 누나 친구, 그러니까 나와도 잘 알던 형들이 내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그런 '이상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냐고. 그 '이상한' 친구가 너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맞다면 자신에게 얘기하라고.


아마 몸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던 친구였기에 둘만의 스스럼없던 장난이 남들에게는 불편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처음으로 그에 대한 외부 사회의 무게를 느낀 나는 분명 어떤 변화를 직감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이상한' 친구의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를 만날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타기도 했죠. 나는 그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안타깝게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상한' 친구의 이름을 소셜미디어에서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얼마나 더 큰 무게를 질 수 있게 됐을까요. 


부디 '이상한' 친구가 자아의 무게뿐 아니라 외부 사회의 무게를 잘 받아내주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의 집을 찾아온 유일한 친구였던 나에게 늘 친절을 베풀던 그의 가족 또한 외롭지 않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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