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덜 과민하게 살고 있습니다-3화
내가 만난 대학병원의 전문의는 내가 겪는 증상을 타고난 것으로 볼뿐, 평소 무엇을 먹고 또 얼마나 먹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질문이 없었다. 관심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생활습관으로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면 나에게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아직까지 치료법이 개발된 게 없다는 이유에서 '과민성'이라는 글자를 붙인 것은 아닐까?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과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거나 배탈이 난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중요해 보였다. 약에 의지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고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렇군요, 하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증상 자체만으로도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고, 취업을 피하고, 사람 만나기를 피하며 의기소침하게 살 수는 없었다. 나도 평범하게 즐겁게 일상생활을 하고 싶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건강서적을 뒤적이다가 혹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몇 십만 원을 주고 약을 지어먹기도 했다. 뭐든 도움이 된다면 해보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부담스러운 지출을 감당하며 실낱같은 기대를 가져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다시 일어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 후 찾아간 곳은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료하는 병원이었다. 그곳에서는 내게 식이요법과 영양치료를 권했다. 식이요법은 현미밥을 기본으로 채소와 단백질, 지방 비율을 골고루 갖춘 식단이었다.
이와 함께 비타민C, 유산균, 갖가지 영양제를 복용하고, 주기적으로 수액을 맞는 치료였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몇 차례의 치료에도 이렇다 할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변화는 기다릴 수 있겠는데 장기적으로 들 치료 비용이 부담이 되었다.
결국 치료를 그만두었지만 이후에도 그때의 식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건강서적을 읽으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그러면서 배운 건 단백질과 지방이 몸에서 하는 역할이 생각보다 많고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채소나 생선 위주의 식사를 했고, 식탁 위에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의식하지 않으며 살았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해온 셈인데 그래서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단백질의 비중을 높여보기로 했다. 콩에도 단백질이 많다고 하지만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제외했고, 닭가슴살이 좋을 것 같아서 그때부터 저녁때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을 먹었을까.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2013년 겨울 무렵이었을 것이다. 중이염까지 와서 2주 가까이 항생제를 먹었다. 그 결과 중이염은 깨끗이 나았지만 장이 전보다 더 예민해졌다. 얼마 안 있어 불편한 증상 하나가 또 생겼다. 앉아있으면 다리를 누가 콕콕 찌르는 듯했다. 자다가 쥐가 났고, 어디 부딪힌 적이 없는데 쉽게 멍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다리를 보니 푸르스름한 혈관과 실핏줄이 여기저기 뻗어있었다. 전문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받았고,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다리에 있는 판막이 고장 났다고 했다.
혈액검사 결과에서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장 문제에 이어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하지정맥류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30대 초반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좀 이르다고 생각했다. 벌써?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활습관과 식단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콜레스테롤 약을 먹을 단계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혈관 질환을 예방해준다는 음식을 찾아봤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게 양파였다. 곧장 양파즙을 구해 마셔보았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다리가 한결 가벼웠고 통증도 줄었다.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속이 편안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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