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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Dec 15. 2022

내가 야근이란 걸 해보다니

이제는 덜 과민하게 살고 있습니다-5화


체질을 알기 전 해로운 줄 모르고 먹은 음식 가운데에는 조금만 먹어도 100% 속이 불편한 음식이 있었다. 체질을 알고 난 후로는 그런 음식이 들어갔는지 눈으로 혹은 성분으로 확인해서 사전에 피할 수 있게 됐다. 한두 가지 음식만 주의해서 가려내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하루를 보낼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면서 회사 생활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어느 회사에 직원으로 취업을 했다.



에너지가 생기자 기분이 좋아졌고, 회사에 가는 것이 조금은 재미있어졌으며,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그전에 자발적인 야근이란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는데 퇴근을 미루고 남아서 일을 하는 날이 생겼다. 장이 편해지니 체력이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몇 번이고 드나드는 날은 여전히 있었다.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다가 일을 집에 가져가서 했다.



체질식이 분명히 도움은 되었지만, 맞지 않는 음식을 제한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스스로가 납득이 되어야 했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먹어왔는데 체질에 맞지 않아서 먹지 말자니 마음속에 저항이 일었다. 맛있는데 왜 먹지 말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냥 먹었다. 그러다가 며칠 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혹시 그 음식 때문인가 싶어 한동안 피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음식을 먹더라도 양을 조절하는 조심성이 생겼다.



좋아하는 음식인데 체질에도 잘 맞으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즐겁게 먹으면 된다.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음식인데 체질에 맞지 않으면 이것도 오케이다. 몇 주 혹은 몇 달도 안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문득 그 맛이 그리울 때 한 번씩 먹으면 된다.


문제는 좋아하는 음식인데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다. 입은 즐거운데 몸이 힘든 음식. 멀리한다는 건 당연히 하루아침에 되지 않았다. 즐겨 먹었다는 건 가격대도 적당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체질은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멀리해야 한다. 김치가 대표적이다. 생으로 먹는 것 외에도 찌개, 탕, 볶음 등 김치가 들어간 요리는 집과 밖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마주친다. 도무지 피하기가 어렵다.





그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닭 역시 피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샌드위치부터 샐러드, 찜, 튀김, 볶음 등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야 한다. 매운 음식, 닭. 이 두 가지만 제외해도 메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문제는 체질식을 지켜 식사를 하면 속이 편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때가 자주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땐 '왜'라는 단어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도 그런대로 속이 무탈한 날이 있는데 이럴 땐 안도의 숨을 쉬면서 '어쩐 일이지'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체질식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에 회의감이 자주 들었다.



속이 편해지는 데는 무엇보다 음식이 중요한 요소라지만 컨디션이나 수면, 기분 상태도 영향을 미친다. 음식 외의 요인에 따라 평소보다 소화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또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바로 반응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후에 나타나기도 한단다. 알레르기 음식의 경우 최소 2~72시간 잠복기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다 따지면 음식 외에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소가 존재할 것이다.



노력을 들였을 때 효과가 보여야 지속할 마음이 든다. 그런데 어느 날은 좋았다가 어느 날은 헛수고한 기분이 들면 하기가 싫어진다. 식이요법이고 뭐고 다 소용없는 것 같고 속상함이 극에 달하는 날에는 마음 가는 대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버렸다. 그러면 다음날 회사에서 속이 부대껴 어김없이 고생을 했다.



지금도 완전히 납득을 하는 건 아니지만 체질식 초반에는 특히나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몸이 안 좋아서 체질식을 하는데 몸이 원체 안 좋으니까 체질식을 해도 여전히 안 좋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지 체질식의 효과를 볼까. 기다림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 가려먹는데 한계가 있고, 가리고 가려서 고른 음식이라 해도 그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다. 음식을 가려 먹자니 직장생활 내 인간관계마저 불편했다. 차라리 뭐가 됐든 적게 먹는 것이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식 연습을 계속하기로 했다.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은 됐다. 그렇게 노력을 계속하며 회사를 다녔다.




어느 오후.

회사에서 점심 회식 후 돌아와 일을 하는데 뭔가 평소와 달랐다.


 편안함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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