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분리수거를 하다가 문득 어이가 없었다.
물건을 사고 뭔가를 먹고 남은 포장지, 이것도 '비닐’ 이잖아?!
그러네? 나 역시 비닐을 쓰네?!
스스로에게 황당한 마음을 추스른 뒤 생각해봤다. 나는 비닐 쓰레기를 얼마나 만들고 있는 걸까?
수시로 버리니까 알 수가 없고...기록을 해보는 게 좋겠어.
그럼 어디에서 비닐을 많이 쓰는지 알 수 있고 지금보다 비닐을 적게 쓸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비닐 쓰레기를 사진에 담기로 했다.
단, 내가 필요해서 산 물건과 먹은 것에서 나온 비닐로 제한했다.
시원~하다. 잘 먹었으니까 이제,
오후에는 출출해서 바나나를 먹었다. 이것도,
그렇게 수시로 카메라를 열었다. 평소엔 크기가 작아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비닐이었다. 사진이 없는 날이 없었다.
먹으려가 사진 찍는 게 귀찮아서 안 먹기도 했다. 그래서 며칠하다 그만 둘지 모르겠다 했는데,하다보니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익숙해지기도 해서 계속했다. 휴대폰 용량도 차고 번거로워서 분리수거 전에 몰아서 찍는 요령도 생겼다.
그렇게 120일을 채웠다.
살펴보니까 즙 봉지, 야채비닐, 과일비닐, 과자봉지가 대부분이다. 미세먼지마스크 비닐도 여러 개다.
혼자서 쓴 양이 이 정도이다. 사진상으로 작아보이지만 적은 양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깜빡하고 빠뜨린 것도 있고, 여기에 가족들과 공동으로 쓴 비닐까지
합하면... 많다.
비닐쓰레기 사진찍기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뭔가를 사기 전에 정말 사야하는지 혹은 정말 먹고 싶은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금은 피곤해졌지만, 전보다 먹는 양과 횟수를 줄이는 등 생각지 않은 이유에서 소식도 수월해졌다.
언제까지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해보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