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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세담 Oct 11. 2020

코로나가 일깨워준 일상의 소중함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가까이 계신 시댁에는 다녀왔지만 멀리 있는 친정에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명절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역을 위해서라며 광화문 집회는 금지하면서 왜 에버랜드와 제주도는 사람들로 꽉 차도록 그냥 두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내가 또는 우리 가족이 아플까 하여 이번 추석에는 오매불망 기다리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반년이 넘었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안 쓰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고, 외식하러 가서 식당에 사람이 많으면 "와 이 집 맛집인가 보다."라는 생각보다 "아, 이거 너무 북적대서 사회적 거리두기 안되는데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든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것 같던 많은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일부 또는 시범 도입하기 시작했고, 일 년에 몇 번은 가던 해외 출장도 해외여행도 올해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변화는 초등학생 아들 둘이 1학기 내내 거의 학교를 가지 않았고, 2학기 들어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등교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도 쌍방향 수업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미리 올려놓은 관련 영상 자료를 보는 것이라 아이들은 이제 학교를 가는 날을 더 어색해한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몇 가지 좋은 점도 있다. 


1. 퇴근시간이 빨라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회사에서 회식이 금지되어 회식에 참가하지 않을 때 괜히 느껴지던 부담도 느낄 필요가 없고, 회식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끼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부서 단합을 위해 또는 함께 일했던 프로젝트의 시작 또는 마무리를 위해 꼭 필요한 회식 말고 그냥 친한 지인들끼리 모이면서 "회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회식은 사실 별로 달갑지가 않다. 회사 회의비를 개인의 친목 도모를 위해 쓰면서 마치 회사 업무의 연장인 양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너무 올드한 조직관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리에 대한 부담이 없어져 버린 건 코로나가로 인한 의외의 순기능이다.


2. 공기가 맑아지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오염이 될 되는 것인지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올해는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날씨가 많다. 게다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덕분에 나도 늘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던 산책로에 사람이단 한 명도 없는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의 산책로는 우리 집에서 식점들이 많은 상가 쪽으로 나갈 때 늘 지나가는 산책로인데, 아파트 산책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청명하고 오래된 나무들로 녹음이 우거져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의 아름다운 산책로로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데 코로나로 길에 사람이 없는 덕분에 이 집에 산지 7년 만에 산책길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 집 앞 공원 산책길

3.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2~3년에 한 번씩은 큰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도는 것 같다. 나도 신종플루에 걸려 미리 예약했던 연말 태국 여행을 다 취소하고 타미플루를 5일간 먹으며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 다행히 내가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는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있어서 일주일 쉬고 나서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5일간 타미플루를 잠시라도 안 먹으면 열이 38도 이상으로 치솟고 온몸이 몸살 걸린 것처럼 아팠던 기억이 또렷하다.


더욱이 코로나 (COVID 19)은 아직까지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태라 더욱 걱정이 된다. 멀리 계신 부모님도 늘 걱정이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도 항상 걱정이다. 학교에 가지 않아 하루 2끼를 아침마다 챙겨놓고 나와야 하는 나의 번거로움은 학교도 여행도 가지 못하고 둘이 집에서 오롯이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충분히 견뎌낼 만한 수준의 어려움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차려놓은 밥 챙겨 먹을 수 있는 나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출근하는 아침마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끼리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나는 늘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엄마 없이 형제 둘이서 라면 끓여먹다가 불이 나서 다쳤다는 마음 아픈 기사를 보고 비싸지만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설치한 것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등 우리 집에도 있는 전기기구가 늘 걱정된다. 혹시라도 엄마가 없는 사이 아이들끼리 뭔가를 하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걱정하다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 쪼르르 달려와서 안기는 아이들을 보면 오늘 하루 무탈하게 잘 지나간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거 별거 없다. 아이들, 부모님 안 아프시고 직장 잘 다니고 그러면 된 거다. 


라는 어른들 말씀이 너무나도 와 닿는 요즘이다. 

코로나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다 또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늘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

이제는 이러한 변화조차도 삶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나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고 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해지고 걱정이 많아졌지만, 다시 한번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챙기게 해 준 것만큼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이 된다. 모두가 건강하게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우리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회복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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