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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트라 Mar 18. 2020

요가하는 사람, 빵 만드는 사람.

느린시선으로 따라가는 일상





수요일엔 요가 수업이 유난히 많은 날이다.

오전 수업 두개를 마치면
또 부지런히 낮 3시 수업을 간다.
그리고 보통은 집에 들러 간단한 저녁을 먹고
저녁 수업을 가는데...

몇 달전부터 새로 수업 시작한 곳,
그 근처에 빵집의 빵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그 빵집으로 향했다.

두시간쯤 일찍 도착해서
슈크림빵 하나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2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맛있게 먹으며 책을 읽었다.

슈크림빵이 어찌나 맛있던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다시 또 내려가
빵 하나를 더 사와 정신차려보니 빈봉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후회가 잠시 밀려왔지만,
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기분 좋게 수업을 하러 들어갔다.



일찍이 도착해서 미리 와있는 수강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오늘 먹었던 빵 이야기를 했다.

'너무 맛있어서 두개나 먹었다,
수업 없는 아침에도 가끔 여기 들러 빵을 사간다,
여기 인생 빵집이다.'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대부분 이 동네 주민이신 분들은
그 빵집 유명하다며 몇가지 빵들을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요가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분들이 동작들이 눈에 띄게 좋아진 걸 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한분 한분 뭐가 좋아졌는지 잊지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 한 분은 내가 이 곳에서
요가 수업한 이래로 한번 빠짐없이 오시는 분이 있다
두시간 연달아 요가를 한 후에 내게 말하길
요가를 할 수록 본인 몸에 집중하며 관심이 생기고

그러니 자꾸 나에게 애정이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그 얘기에 내가 요가선생으로써 할 수 있는 도리를
'어느 정도는 잘 했구나' 하는 뿌듯함과 희열을 느끼던 터였다.

그리고 수업이 모두 끝나고 그 분은
다른 수강생들이 다 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가오더니
뜬금없이 "선생님 아까 슈크림빵 진짜 맛있으셨어요?"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크림의 양은 어땠느냐, 계란맛이 많이 나지 않았느냐' 묻기에
"그건 잘 모르겠는데...그냥 전 너무 맛있어서 계속 감탄하며 먹었어요, 왜 계란 못드세요?" 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하며..
"아니요 그거 제가 만든 빵이거든요. 빵을 너무 좋아해서 빵을 만드는데, 아까 선생님이 너무 맛있었다고 해주셔서 저 정말 감동받고 기뻤어요!" 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시 한번 정말 맛있었다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내게 오래오래 요가를 하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모두가 다른 각자의 삶 속에서 가치를 추구하고,

그 가치있다고 믿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요가일 거고,

어떤 이에게는 빵일수도 있다.


요가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어제보다 조금 편안하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이 없고,


본인이 만든 빵을 먹고

누군가가 아이처럼 행복해한다면

그보다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


그렇게 모두가

각자 다른 것들을 추구하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거다.

그 가치들이 모여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 질테지.


결코 우리는 모두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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