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님과 함께 했던 기억만큼 혼자 있었던 기억도 많다. 두 분 여러 가지 일로 다 바쁘셨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하고 TV를 보다가 할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고 혼자 놀거나 형이랑 놀았던 것 같다. 특별히 주말에 여행을 가지도 못했던 듯하다.
비가 엄청 오는 하굣길. 다른 친구들을 자식들을 데리러 우산을 들고 오시는 부모님들이 계셨지만 우리 부모님은 바쁘셔서 오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오셨다고 하시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기쁜 일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그런데 나는 서운하거나 아쉬운 마음이 사실 없다. 오셨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큰 상처로 남지 않았다.
나는 내 독립심이 여기서 생겼다고 믿는다. 부모님이 바쁘신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고 굳이 부모님이 챙겨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굳이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았다. 뉘앙스는 마치 엄청 불행한 어린 시절처럼 보이지만 배부른 소리다. 부모님은 내가 필요한 것들은 다 채워주셨다. 어머니는 항상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고 부족함 없이 나는 성장했다. 그냥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소리다.
내 자식들을 키우면서 내가 어린 시절 아쉬웠던 것을 채워주려는 욕심이 있었다. 돈은 없었기에 물질적인 도움보다 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았으면 했던 것들, 시간과 조언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이 독립심을 길렀으면 하는 마음에 멀리서 지켜보면 아이들은 서운해했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면 성장하지 못하고 나에게 의존하였다. 물러나야 할지 안아줘야 할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