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근 사람이다. 나쁜 말로 하면 호구 같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말을 잘 못한다. 내 주장을 잘 펼치지도 않고 수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때론 공격을 받아도 비난을 받아도 멍청할 정도로 반응을 안 하는 사람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에 답답해하기도 하고 대신 억울해하거나 화를 내주기도 하지만 나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는 예외지만...)
그런 내가 요즘 가시가 돋았다. 나 스스로 가시가 느껴지고 내가 질려 아프기도 하다. 옛날이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말이나 행동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대꾸를 하지 않았을 상대방에 말에 한마디를 얹곤 한다.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잘못된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내가 성장해서? 이제 호구로 살지 않기로 다짐해서? 시시비비를 가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아니다. 그냥 내 마음이 딱딱하게 굳었을 뿐이다. 생각의 여유가 없어졌을 뿐이다. 내 몸에 가시가 돋았다. 시간을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끔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것. 내 마음이 굳은 것. 귀를 닫고 내 말만 하는 것. 더 이상 수용적이지 않은 것. 나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성을 쌓은 것.
모두 내가 어린 시절 닮지 말자고 다짐했던 모습들 뿐이다. 어느새 나도 내가 싫어하는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를 털어내자. 내 손이 좀 아플 뿐이지. 내일은 가서 사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