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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Feb 22. 2024

현실의 딜레마

제가 여러분을 가르칠 때 가지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는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입니다. 담임교사를 하면서 학생 상담을 많이 진행하는데 학생들에게 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었죠?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꿈이 있는데 그 꿈이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담임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모델이 꿈인 중학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키가 작고 모델을 하기에 좋은 체형은 아니었죠. 그렇다고 패션에 엄청난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출 나게 패션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모델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과 옷에 조금 더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을 뿐입니다. 저는 두 가지 선택지에 놓였죠. 선천적으로 모델에 적합하지도 않고 패션에 재능이 없으니 포기해라라는 조언과 아직 중학생이라 키가 더 클 수도 있고 패션은 공부하면 되는 거니까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조언이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적절할까요? 저는 대부분 후자를 선택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최대한 자신의 꿈을 간직하면서 성장해 나아가길 바라니까요. 

그런데 때로는 저의 선택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독을 풀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될 때도 있습니다. 아나운서 전현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더군요. ‘이루지 못할 꿈을 잡고 있는 것은 너무 비참하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루지 못할 꿈을 부여잡고 현실을 즉시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도 결국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지금 가진 꿈이 너무 허황된 것은 아닌지. 혹시 내가 생각하는 꿈의 후광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꿈을 위해 현실적이고 지독하게 나를 키워나가고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만약에 이런 질문들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저는 그 어떤 꿈이라도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명 성취하고 이루는 것이 있을 테고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일 테니까요. 

그래서 위의 학생에게 모델이 되는 법. 모델 학과 교수 연락처. 모델 학과와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서 주고 스스로 판단해 보라고 했습니다. 고등학교도 패션과 관련된 과로 힘써서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모델이 되었을까요? 아니요.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스스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모델이 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것만 보았을 뿐. 정작 그 뒤의 치열한 삶은 보지 못했던 거죠. 지금은 완전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고민이 됩니다. 현실적인 조언과 이상적인 격려. 무엇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뼈 때리는 조언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조언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응원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격려를 해줄 텐데 그것을 명확히 모를 때가 많아서 어렵습니다.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말아라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 중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그 답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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