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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Kwon Sep 30. 2021

적정소비의 기준

살까 말까 할때는 사지 마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보면 가끔 나오는 사연 중에 A를 하면 좋을까요 B를 하면 좋을까요 하고 스님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그럴때마다 스님은 "아무거나 해라. A를 할까 B를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다면 A를 고르든 B를 고르든 별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소비에서도 같은 맥락이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Illustration by Cezar Berje


살다보면 어떤 것들을 사고 싶은 순간이 온다. 이번 아이패드 미니 정말 예쁘게 잘 나왔던데, 하나 살까? 매번 설거지를 하기 너무 귀찮은데 식기세척기를 사야하나? 할까 말까와 더불어 살까 말까가 인생에서의 또 하나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살까 말까 할 때는 굳이 사지 않아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말까'의 선택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면 좋지만 사지 않아도 크게 지장이 없는 상태. 정말로 필요하다면 우리는 고민 없이 그냥 지르고 볼 것이다. 일을 하는데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살까 말까의 상태가 아니라 이것은 그냥 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이핑을 할 때 딸깍 소리가 나는 예쁜 기계식 키보드가 있으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살까 말까 하는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럴 때는 그냥 사지 않는다로 결정하는 게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한편으로 필요를 생각할 때도 있지만 금액적인 면에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는 때가 있다. 나의 예를 들자면, 자동차를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이다. 자동차를 사면 주말에 도쿄 근교로 더 멀리 드라이브를 갈 수도 있고,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보면 더 많은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시작한 캠핑도 더 쉽게 갈 수 있고 차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차를 사면 매달 주차비를 20만원 가량 내야 하고, 차 검사 비용이나 각종 세금과 보험료를 생각해봤을 때 소비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돈 걱정이 된다.


이럴 때도 역시 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돈 걱정이 앞선다면 그건 내가 그 물건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과외하면서 용돈을 한 푼 두 푼 아껴 생활하던 그 시절에는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 한 잔 마실 때도 마실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이걸 마시면 이따가 점심 값을 아껴야 하는데 하면서 돈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월급이 어느정도 늘어나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커피 한 잔 마신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사기 전에 돈 걱정이 든다면 아직은 내가 그 물건을 가질만한 여력이 없다고 여겨야 한다.



물론 살까 말까하는 고민이 있더라도 그것이 나의 소비의 철학과 맞는 것이라면 사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만약 그것이 1) 나의 시간을 풍족하게 하고, 2) 나의 시간을 아껴주는 물건이라면 조금은 지출하더라도 좋은 낭비다. 타이핑 소리가 멋진 기계식 키보드는 사실 없어도 되는 물건이지만 그것이 내가 코딩을 할 때 내 기분이 좋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면 구매해도 좋다. 혹은 조금 비싼 강의이지만 3) 내 업무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나의 몸값과 일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다음달 카드 값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안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저 세 가지 조건 중에 속하지 않으므로 사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야 아셨겠지만 그렇습니다, 계속 자동차 사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이렇게 길게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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