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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Jan 16. 2021

그 사람의 사랑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드라마 '사랑의 온도' 감상후기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우리가 하는 사랑은 늘 불순물과 부족함이 낀 감정이라 생각한다. 연애를 시작하고 갈등을 겪고 끝을 맞이한 후에야 그 불순물이 무엇이었는지, 그때의 나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깨닫는다. 


정선과 현수는 그렇게 깨닫고 노력해서 마침내 어긋나지 않은 '우리'가 된다. 사랑의 온도는 사랑을 발견하고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서로의 온도가 맞아떨어진, 아니 맞추기 위해 노력한 두 사람이 자신들의 사랑을 쌓아간다.


정선은 명확하고 선을 긋는 것에 능한 사람이다. 그에게 사랑은 밝고 행복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현수가 자신이 가진 어두운 세상에 들어오지 않도록 선을 긋는다. 좀 더 시간을 달라 말하지만 현수는 그것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이다. 


현수는 모든 걸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다. 현수가 태어나 처음 본 사랑이 그러했다. 온화하고 평화로우며 흔들리지 않았다. 잘 보이고 인정받으려 애쓰며,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던 정선이 목격한 사랑과는 달랐다.


제각각의 사랑하는 방식, 인생의 스테이지, 사랑을 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이 외에도 많은 현실적 상황들. 이 모든 온도가 맞아떨어진 내 옆의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끼어드는 나의 부족함과 욕심이 우리의 사랑을 힘들게 한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지 않은 그가 왜 '사랑해'라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한다.







1.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얻은 교훈 중에 하나가 누군가가 널 위한다며 힘든 걸 강요한다면 그건 사기라는 거예요. 생각해볼게요. 제가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하는 일이 정말 날 위한 일인지 

날 위한 행동은 내가 잘 아니까.




2.

엄마 아빠를 보면 개운하지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

복잡한 건 어렵다.

어려워서 주저한다.

주저하기 싫어서 오버한다.

오버하고 싶지 않아 누른다.

그게 나다.




3.

- 흔들리는 거 못 봤어. 목표가 분명하고 곁눈도 안 팔아. 진짜 부러워

- 난 흔들려서 넘어지면 잡아줄 사람이 없어. 흔들려도 되는 인생이 아니라는 거야. 그러니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


- 홍아하고 남자 놓고 실랑이하는 거 같아 마음 불편해.

- 그럼 포기해 날. 

포기될 만한 마음이면 지금 수건 던져.

난 감정 교란시키는 거 혐오해. 지금껏 만나면서 혼란스럽게 한 적 없어. 왜 나만 확신을 줘야 해? 인간은 모순덩어리라면서 왔다 갔다 하는 이현수 씨, 자신을 사랑하는 남잘 현실 때문에 밀어내는 이현수 씨.

내가 뭘 믿고 다시 시작해야 되니.


- 미안해

- 겁나. 한번 밀어낸 여자가 두 번 못 밀어낼 리 없잖아. 현실은 언제나 빡쎄.

- 나만 생각했어. 사랑은 둘이 하는 건데 나만 생각했어. 내가 가벼웠어. 생각해 볼게.




4.

못 버티겠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다 버티래요. 근데 그거 제가 쓴 작품 아니에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아니에요. 근데 버티면 다 해결된대요. 그게 말이 돼요? 

입봉하고 싶어서 버텼어요. 민 감독님 여러 번 신호 보냈어요. 나랑 생각 다른 거. 근데 무시했어요. 입봉하고 싶었으니까. 극본 이현수 이름 올라가면 엄마 아빠 기뻐하시고 친구들 날 보는 시선도 달라지잖아요.

내 이야길 하고 싶단 순수함을 버렸어요 버티면서. 이번에 버티면 진짜 내가 가장 원하는 내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요?




5.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몰라. 다 때가 있어. 그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돼.




6.

- 내 핸드폰에 현수 씨가 뭐라고 저장돼있는지 알아? 이현수. 세상 끝까지 이현수 자신을 잃지 않게 지켜줄 거야.


- 난 내가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나이만큼 경험도 많고 사랑받고 자랐고 사랑할 줄 안다고 생각했어. 

근데 아니더라, 내 휴대폰에 정선 씨 뭐라고 저장돼있는지 알아? 정선씨 하트. 정선씬 이현수였잖아. 정선 씨는 날 사랑하면서도 날 있는 그대로 지켜주며 사랑하려고 했어. 근데 난 사랑 그 자체를 사랑했던 거 같아.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사랑이라고.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온정선이란 남잘 온정선일 수 있게 지켜주고 바라봐주고 기다려야 했었어.




7.

정선 씨와 난 지난 6년 동안 우리 둘만의 사랑의 역사를 기록했다. 몇 번의 실수를 했고 그 실수로 인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사랑은 선택이라 생각했던 여자와 운명이라 생각했던 남자는 이제 함께 살기로 했다.

 

이제 운명을 믿는다. 하지만 운명 안에서 계속 선택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노력이다. 우리의 사랑은 운명이지만 우리의 헤어짐은 선택이고 책임이다. 우리 사랑의 역사는 계속 기록될 것이다.






SNS에서는 사랑의 온도를 문과생을 위한 드라마라고 하던데 보고 나니 이해가 된다. 어쩜 이리 감정을 잘표현하시는 지.. 글이든 음악이든 무엇이 되었든 자기표현을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부지런히 성찰하고 표현하며 살아야 겠다. 


드라마에서 다 나오지 않은 현수와 정선의 속마음을 담은 대본집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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