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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Oct 03. 2020

이것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감상 후기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호기심이 생겨 보기 시작했고 이 드라마에 대한 나의 감상은 아래의 시로 충분합니다. 저의 감상메모한 대사들은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있으시다면 꼭 정주행해보시길 추천합니다. 2017년 드라마이지만 여전히 마음과 눈과 귀를 흔들기에 충분한 드라마였습니다.  







1930년대, 그 시대의 청춘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를 버릴 수 밖에 없었고

벗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사랑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지키고

벗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려면

조국을 버려야만 했다.


가진 모든 걸 버리지 않고서는

살아있는 내내 오롯이 살아있을 수 없었다.

모든 걸 버려야 비로소 살 수 있었다.


해방된 조선에서

이 동지는 갓 태어난 딸을 키우고 싶었고

김 동지는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었고

강 동지는 노모를 모시고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그 작은 꿈을 마음에 고이 간직한 채

동지들은 저마다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2020년을 사는 당신

동지들이 지켜온 조선에서 부디 건강하십시오.

해방된 조선에서 마음껏 행복하십시오.



시카고 타자기는 전생을 오가는 단순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일제시대 자신의 삶을 내던진 청춘들의 이야기이며 지키려고 한 자와 무참히 깨버린 자의 이야기다. 자유와 권리의 쟁취의 이야기이며 안타까운 희생에 대한 위로의 이야기다. 우리가 가지는, 대상을 제한하지 않은 모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소설은, 한세주와 유진오의 소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 율과 세주의 대화

정말 사라졌네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

저도 2017년에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말했잖아, 어느 시대든 인생은 고역이라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세상은 없어. 어느 세상이든 문제는 있고 저항은 생겨. 부딪치고 싸우고 쟁취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세상에 있을 뿐이야.

고생했어.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러고 살아. 그 때 바쳐진 청춘들한테 전해줘. 고생했다고. 이만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휘영의 마지막 편지

어이, 신율. 살아있나? 지금 이 편지 읽고 있어? 만주로 떠나기 전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내게 가장 소중했던 3가지 물건을 너에게 맡기기로 했어.


혹시 이 타자기 처음 봤던 날이 생각나? 실은 그 때 만년필 하나면 족하다고 한 건 진심이 아니었어. 허세였어. 너에게 타자기를 선물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너에게 받은 게 너무 많은데 살아서는 못 갚을 만큼 너무나 많이 받았는데 어쩌면 살아서는 다신 못 볼 길을 떠나는 지금, 너에게 줄 게 이거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그나마 그냥은 못 주고 부탁을 얹어주려 하는데 감당이 될까?


니가 내 대신 못 다 쓴 소설을 완성해주길 바래. 니가 선물했던 이 타자기로. 나를 대신해서 이번엔 니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줘.

그 시절, 우리가 이 땅에 살았었다고. 암흑같은 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치열하게 아파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위험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살아남고 투쟁해왔다고.


회중시계는 1분 1초 멈추지 말고 성실하게 수현이를 아껴주길 바란다는 뜻이야. 다신 수현이가 혼자 되지 않도록 니가 그 곁을 지켜줘.


마지막으로 율아. 내가 널 얼마나 믿고 우애했는지 미처 말로 전하지 못한 게 후회가 돼. 그러니까 우리 꼭 살아서 만나자. 아니,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자. 만약 신께서 내게 이번 생에 행복했었냐고 물으시면 대답할거야. 너희들을 만나 행복했었다고, 혹여 신께서 내게 사느라 고생했다. 참 잘 살았다 어깨를 두드려주시면 부탁해볼거야.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도 너희들과 함께이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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