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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Jul 02. 2020

예능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들


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전혀 보지 않았던 1인이다. 그저 꿀꿀한 기분을 속이려고 우연히 틀었는데 이 방송에서 [대화의 희열]의 냄새가 난다. 담백하고 소소하게 재미와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어 뿌듯했다.



1.

Q.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우리는 2020년에 살고 있어 중세시대의 흑사병을 책으로만 접해왔지만 그런 걸 하나씩 겪으며 인류는 큰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페스트를 거쳐 중세시대 종교 중심의 세계관에서 르네상스 인간 중심으로 옮겨왔다고 해요.  코로나 19도 우리 미래를 변화시키는 변환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는 사스, 메르스와 감기의 중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바이러스인데 만약 사스, 메르스보다 더 세고 전파력이 센 애가 온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어쩌면 지금이 그거에 대한 시험, 예비고사라고 생각이 되고 우리의 밀집한 환경을 바꿀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시간들을 지루하게 생각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습관을 바꾸어보며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Q. 다시 태어나도 바둑을 할 것 같은지?


A. 바둑은 배울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가 될 것 같진 않아요. 사실 저는 바둑을 학문적인, 예술적인 접근으로 배웠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이게 무슨.. 이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본질적으로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 제가 봤던 프로기사분들은 자기만의 연구를 해서 자기만의 뭔가를 만들어 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많은 기사들의 대국을 쉽게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냥 습득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시대의 흐름이고 나쁘게 볼 수 없지만 제가 처음에 바둑을 배웠을 때의 그건 아니었어요.



알파고는 5000년 역사의 바둑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기존에 알고 있는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 알파고와의 대결 후 기자회견 중


재밌을 것 같아서 참여한 알파고와의 대결은 이세돌의 은퇴에 영향을 끼쳤다. 그가 지금까지 왜, 어떤 마음으로 바둑을 해 왔는지 느껴지는 듯했다. 스스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세계 일인자라도, 30년 이상의 시간을 바쳐왔을 지라도 과감히 손에서 놓을 줄 아는 그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말 좋아했던 대화의 희열.


3.

Q. who am i? and how many? 나는 누구고 얼마나 많이 있는가.


A. 저는 여러 개의 김중혁이 있는 거 같아요. 소설가 김중혁, 잡지사 기자 김중혁, 방송인 김중혁, 제일 소중한 사람은 소설가 김중혁이에요.


얘는 평생 글 쓰게 해 주고 싶어. 다른 애들이 열심히 조금 더 노력해서 얘를 먹여살리고 싶어. 그런 생각으로 다른 거 열심히 했어요. 대신에 소설가 김중혁은 소설만 쓸 수 있게 해주자. 그런 마음으로 많은 내가 얘를 계속 지원해준 거에요.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함이 없는게 평생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소설 쓰는 거거든요. 걔가 생계걱정없이 소설을 계속 쓰게해주려면 다른 애들이 많이 벌어야돼.


소설가 김중혁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나에게도 이런 다양한 정체성이 있었다면,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싶은 꿈을 가진 내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인내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런 인내력이 나를 더 소진시켰을 지도 모르지.

내 안에 회사원 나 이외에 다른 존재가 나를 지탱해줬더라면 삶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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