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36 : 어떤 국민템
(주)티티경인의 연필깎이는
구매일에 상관없이 평생 무상 A/S를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번쯤 필요하면서 가성비도 좋아서 입소문까지 타는 물건들에
우리는 <국민템>이라는 칭호를 붙입니다.
이를테면 국민 에코백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이마트 다회용 장바구니나
전국 식당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삼수저 등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의 범위를 심미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이를테면 자연적이지 않은 모든 것은 디자인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러한 국민템들은 일상 속에 밀접하게 자리고 있고, 훌륭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실외에서 신으면 쉽게 헤져버리는 탓에
사설 업체에서 야외용 밑창을 덧대는 경우가 있다는 명품구두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견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23년도에 작고하신, 명품가방의 대명사 버킨백의 뮤즈인 제인 버킨은
"가방은 어디든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죠.
누구나 선망하는 명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국민템을 디자인하는 것도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값진 물건들이 가진 아우라와 가심비를 매도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세상엔 다양한 삶과 소비방식이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그 맥락에서 생성된 디자인에 담긴
넓은 스펙트럼을 포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일상 디자인이었습니다.
위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