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미 Mar 14. 2022

간호 편입생 실습 일기 - 성인간호학 (근골격계 병동)

3학년 2학기 병원 실습 일기, 8주의 임상 실습 대장정의 이야기

2) 성인 간호 실습 - 대학병원 근골격계 병동 2주


첫날 병동으로 출근하자마자 나 왜 긴장하고 떨려했나 싶을 정도로 이번 대학병원 병동 분위기가 역대급으로 좋았다. 아마 앞으로 실습하면서 이런 병동은 절대 못 만날 듯하다 싶을 정도로..! 매번 갈수록 더 좋은 병동들만 만나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게 만드는 순간. 물론 퇴근하고 밤마다 퉁퉁 말도 안 되게 붓는 내 다리는 감사하기 살짝 버거웠지만...?

발가락까지 부어버리는 퇴근 이후의 발...ㅎㅎ


실습 전에 매번 엄마가 그 병동의 특징들을 조금씩 미리 귀띔해 주곤 하는데(엄마는 현역 시절 거의 모든 병동을 다 돌아봤기 때문), 이번에 엄마가 미리 했던 말 중에 제일 의아했던 특징이, 근골격계 병동 다른 병동 환자들에 비해 말이 많을 것이라고 했던 점이었다. 사실 몸이 아프면 나는 개인적으로 말도 하기 싫기 때문에 엄마 말이 무슨 의미일까 싶었는데, 실습 시작하자마자 첫날부터 바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근골격계 병동 환자들의 특징이 골절이라 수술 후 꽤 오랜 시간 견인을 하고 있거나, 보호대를 하면서 장기간 입원이 많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통증만 어느 정도 줄어들고 병원 일상에 조금만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 심심해서 엄청나게 말을 건다는 의미였다.  말로 인한 에피소드들이 병동에 매일 흘러넘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


더군다나 실습 기간 동안 유난히 쌩경상도 어르신분들이 병동 입원 환자의 대부분이었어서 더 웃기고 재미난 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던 거 같다. 병실 소리만 들으면 진짜 시끌벅적한 도떼기시장에 와있는 기분.ㅋㅋ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도 그 상황들이 웃기는지 병실에 들어가면서부터 오늘은 뭐 재밌는 얘기 있냐면서 들어가고, 너무 말이 많으면 귀찮아하기도 하고, 환자분들이 날리는 드립을 받아치기도 하고 하는데, 그 상황들이 정신없을 때도 있지만, 나는 재미있고 웃긴 순간들이 더 많았다.ㅋㅋ 그리고 시장터 분위기 같다는 표현을 쓴 또 다른 이유는, 어르신들이 장기 입원 기간 동안 병실 메이트들과 정이 들다 보니 서로 케어해주고 잔소리하고 누가누가 약 잘 먹는지 의미 없는 경쟁하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엽기도 해서.ㅎㅎ 그리고 서로 간에 오가는 이야기가 많다 보니 뭔가 여러모로 뭉클할 순간들도 확실히 다른 실습 병동들에 비해 많았다.


실습생의 부족함으로 인한 허둥지둥 +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불 나게 뛰어다니는 몸뚱어리가 뒤엉키면서 엄청나게 왔다 갔다 혼자만 바쁜 간호 학생이었다. 그렇게 왔다 갔다 액팅 선생님 쫓아다니다가, 혼자 심부름하러 뛰어갔다가, 환자 부탁하는 일해드렸다가, 수술실에서 올라오면 환자 침대 옮기는 거 도와준다고 힘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속에서 쉰 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목이 마르지만 물 마시는 거조차 괜히 조심스러울 때... 그럴 때 병실 환자분들이 갑자기 붙잡아서 입에 넣어주는 시원한 배 한 조각, 샤인 머스캣 한 알, 키위 한 조각이 세상 그렇게 달달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눈 오는 날 핫초코를 먹거나, 등산하고 먹는 라면과 같은 느낌인데, 이건 분명 실습생만 느낄 수 있는 맛있음의 기준인 듯하다.ㅎㅎ


그리고 이 병동에서 수쌤이 가르침에 진심이셨던 분이라 뭔가 새로운 깨달음들을 많이 얻고 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 말은 굉장히 마음의 큰 '번쩍'으로 다가왔다. "간호사 혼자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만, 죽일 수는 있다." 생각해 보지도 못한 말이지만, 사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라 이걸 말로 정리해서 우리한테 딱 얘기를 해주실 때 솔직히 식겁하고 소름이 돋았다. 물론 그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는 말이었는데, 정말 백 번의 잔소리보다 오히려 더 실감 나게 와닿는 묵직한 한방이었다.



To be continued...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