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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둥두 Jan 25. 2024

제대로 살기

"갓생"으로 대변되는 자기계발 열풍은 가히 대단하다. 각종 자격증, 공모전, 대외활동이며 봉사활동 따위에 대한 꿀팁이나 후기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정도이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일만큼 나는 베짱 있는 축은 아니여서 대체로 일을 벌이는 편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고 여러 성과를 쌓아올렸다. 그만큼 고민하고 실패한 적도 많았다. "나는 왜 이것 밖에 노력하지 못 하지?" "나에게는 재능이 없는건가?" "그냥 여기서 다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살아버리면 안 되나?". 포기와 전력질주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줄타기를 하던 때도 있었다. 딱 잘라 말하겠다. 더 나은 인생은 재능에 좌우되지 않는다. 본인이 이루고 싶은 성과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무언가가 아닌 한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 그러니까 조금 더 일찍 일어난다든가 꾸준히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얼마든지 우리 힘으로 쟁취해낼 수 있다.


나부터가 그랬으니까. 나는 살아온 세월 평생을 듬직해본 적이 없다. 성격이 아닌 체격에 대한 묘사이다. 당연히 체력도 좋지 못 했다. 예전까지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원하는 시간에 잠들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고, 하룻밤 새며 일하는 것 정도는 전혀 문제 없다. 하루에 14시간씩 자면서도 잠이 모자라 빌빌대고, 한 번에 1km를 달리는 것도 힘들어했던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었을까. 핵심은 "대충하기"에 있다.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했던 실수들을 돌이켜보았다. 유형은 다양했지만 원인은 단 하나.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해내겠다" 라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물론 잘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과 시간을 쏟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다짐은 영원하지 않다. 몸이 안 좋을 수도,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우연히 접한 웹툰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깐 휴대전화를 만졌다고 생각했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흔들리며 계획을 파기하기를 반복하면 결국 생각하고 마는거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오해하면 안 되는 점. 나를 비롯 절대 다수의 인간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안 그래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의 하나. 우연히 마주한 정제된 모습을 그 사람의 평소 모습으로 착각했거나 아니라면 아예 다른 인종을 마주하고 있거나일뿐. 바래왔던 나의 모습과 현실이 다르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어차피 없어진 계획이라면 생각만이라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편이 이득이다. 지난 수백수천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가 얻은 꺠달음이다. 


저녁을 너무 늦게 먹어 운동을 못 할 것 같으면? 동네산책이라도 다녀오면 된다!

너무 피곤해서 책을 읽지 못 할 것 같다면?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 일단 펼치면 된다!

하루종일 잠만 자느라 하루를 다 날려보냈다면? 일단 밀린 설거지부터라도 해지우면 된다!

터무니없이 간단해보이는 작업, 이까짓걸 해내는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첫 번째는 관성의 확보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건 쉽지만 안 하던 일을 새로 시작하는 건 어렵다. 작게나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관성을 유지하게 해줌으로서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날 힘을 불어넣어준다. 오늘 하루 깔끔하게 쉬고 내일부터 시작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어보면 어제도 안 했으니까 오늘도 쉬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미루게 될 뿐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그닥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거지로라도 끼적대다 보면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움직이고 있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기효능감의 확보이다. 결정은 이성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이걸 하고 싶은 기분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무어라도 손에 쥐고 움직이다 보면 할 마음이 생긴다. 침대에 누워 아무생각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을 때는 상당히 여유롭다. 하지만 일어나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거리가 몰아치는 와중에 주어진 업무를 하나둘씩 쳐내는 그 시기, 그 순간에 더 잘하고 싶다느니 더 안벽하게 해내고 싶다느니 하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핵심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 나는 능히 이 정도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역경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고 다 던져버리지는 않는다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오늘은 어떤 하루였는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한층 두터워지는 하루? 끊임 없이 의심만이 가득해지는 하루?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내일도, 모래도 당신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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