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ill Water Jan 15. 2021

느린 아기를 키운다는 것

성격 급한 빨리 빨리 민족의 엄마는 애가 닳는다. 


 나는 성격이 굉장히 급한 사람이다. 가족 내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의 민족성이 빨리 빨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바로 끝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참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내게 인내심을 가르쳐 줄 아기가 찾아왔다. 물론 이 아기도 참을성이 없어(?) 6주나 일찍 세상 구경을 하게 되었지만, 그 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느린 변화로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며 다른 또래의 아기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때 마침 나랑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는데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뒤집기도, 앉기도, 걷기도 조금씩 늦는 아기를 지켜 보며 "우리 아기의 때를 기다려보자." 라는 심정으로 그냥 믿고 기다렸던 것 같다. 물론 마냥 넋놓고 기다리진 않았다. 테라피 선생님들과 함께 진행하며 공부도 많이 했고 많은 도움을 받으며 따라잡기 성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만 2살이 된 지금도 또래보다 저체중이고 언어 발달도 느려 고생을 하고 있지만 아이는 매일 매일 한 걸음 앞을 내닫고 있다. 



아기의 발달이 느리다는 것, 그것은 많은 양육자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며 죄책감을 갖게 한다. 

내가 잘못 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어떻게든 뭐라도 잘 해 주고 싶어 이것 저것 알아보고 공부하고, 남보다 더 노력하게 된다. 


"왜 나만 이런 고생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는 낳는다고 알아서 자라지 않더라. 도대체 누가 애는 낳아 놓으면 알아서 자란다고 했는지. 

물론 다른 집 아이들은 그냥 알아서 잘 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냥 크는 아이들은 없다. 모두 부모의 피나는 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환경적인 면도 그랬지만 미숙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발달 지연으로 마음 고생도 크게 했는데, 그래도 변화가 있고 열심히 잘 따라가주고 있는 아기가 기특하여 더욱 열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는 종종 아이들을 포기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 인생에 포기라는 글자를 없애버렸다.


아기를 믿고,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을 믿고, 아기를 키우는 나 자신을 믿고,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면 된다. 남들이 하는 말은 사실 도움이 안 된다. 


"아이슈타인도 말이 느렸대." "00는 7살에 말 했대." 

이런 말들은 위로가 되어주지 않는다. 그 사람들과 나의 아기는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 우리 아기가 남들보다 조금은 느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전문의와 꼭 상담을 하고 초기에 바로 잡아아기가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유난이라고? 다들 때가 되면 알아서 한다고?

남들이 뭐라하든 내 아이는 내 책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