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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ll Water Dec 09. 2020

미숙아와 12시간 운전하여 이사하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경험.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와 집값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거기다가 나는 부촌에 살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범한 직장을 가진 두 사람이 가족을 꾸리고 살기엔 너무나도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 다른 주로 이직 신청을 하게 되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가, 출산하기 한 달 전에 연락을 받게 되었고 그 길로 부랴부랴 이사를 준비하게 됐다. 그 와중에 양수가 빨리 터져 아기를 일찍 만나게 되어 일은 첩첩산중으로 그야말로 아비귀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시댁에 아기와 있는 동안 남편과 시아버지께서 모든 짐을 이사 갈 집으로 옮기셨다. 그 후에 다시 아기와 이동을 하게 됐는데, 비행기를 타기엔 너무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전으로 이동하는 것을 택하게 됐다. 

넓은 땅에 사는 미국인들에게 9시간, 10시간 운전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은 듯 보였지만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차 안에서 미숙아와 보내야 할 걸 생각하니 정신이 조금 아찔해졌다. 



다행인 것은 아기들은 차의 소음이 마치 배 속에 있었을 때와 비슷해서 잠을 굉장히 잘 잔다는 것이었고, 3시간마다 수유만 잘해 주면 문제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때도 직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리 유축한 모유를 일정한 온도로 유지 켜 주는 보온 기계를 쓰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 기계가 차 안에서 작동을 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은 차 안에서 열심히 유축을 하여 아기에게 먹여야 했다. 


일부러 저녁 시간에 출발했는데, 처음 1~2시간은 조용히 잘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 때문에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나? 싶어 차를 세우기도 했다. 아기가 차 안에서 울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던지.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우리나라의 휴게소 같은 장소를 찾을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 했는데 10분의 시간도 10년같이 흐르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정체를 해야 했기 때문에 9시간 걸리는 거리를 거의 12시간이나 넘게 운전을 해야 했는데, 정말이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사고 없이 우리 모두는 무사히 이사한 집으로 도착을 할 수 있었지만, 정리 되어 있지 않은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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