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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진 Mar 02. 2022

"10년간 독자도 나도 재밌었으니 됐다"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대개 책 만드는 일은 ’지식산업의 첨병으로서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로 시작하는 사뭇 의미심장한 구호로 설명되곤 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여기에 2006년에 출범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booksfear,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담긴 이름)가 있다. 이들은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스스로 ’야매’임을 자인하며 ’재미’를 추구한다. 대표 김홍민은 자신을 ’마포 김사장’으로 호명하며 유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자신을 존재를 드러냄에 아낌이 없다.




출판사 홈페이지와 SNS는 365일 독특한 이벤트로 넘쳐난다. 작게는 각종 사은품과 주전부리 이벤트에서부터, 출판사 직원들과 독자들이 신간 본문의 오자를 찾으며 여행을 떠나는 ’낭만독자 열차교정’, 장르문학 기획자, 비평가, 출판인들과 독자들이 만나는 ’장르문학 부흥회’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행보는 때로 사업적 이익과 100%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덕분에 북스피어의 곁에는 출판사와 취향을 공유하며 두터운 연대감을 형성한 독자들이 버티고 있다. 북DB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를 만나, 지난 10년간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만들고 팔며 고군분투해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판매와 직결되는 이벤트는 안 해… 10년 쌓이니 브랜드 됐다"




Q 북스피어에서 낸 첫 책 <아발론 연대기>가 큰 흥행을 했는데, 많은 기대를 하고 낸 두 번째 책은 흥행에 참패했단 얘기를 읽었어요. 책 만드는 사람의 취향과 읽는 사람의 취향이 맞지 않았던 경우일 텐데요. 10년이 지난 지금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감이 생겼나요?




별로 생긴 것 같지 않아요. 책 낼 때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봐요. 하나는 이 책을 내면 저들(독자)이 좋아하리란 생각으로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는 거예요. 그런데 ’저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건 확실하고 변수가 없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냈는데 저들이 안 좋아하면 할 수 없는 거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냈는데 저들도 좋아하면 좋은 거고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저들이 좋아하지도 않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고 관심 가는 책을 내요. 그러면서 그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처음엔 없었는데 조금씩 늘어난 거예요. 열혈 독자, 충성 독자라고 할 수 있는 독자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죠.




Q 처음 출판사를 시작할 때와 지금, 한국 장르문학 시장이 많이 변화했지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몸소 이 변화를 겪으셨는데요,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그때(처음 출판사를 시작했을 때)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장르문학이란 말 자체에도 많은 거부감을 표현하던 때였어요. 대중문학이 있는데 왜 장르문학이라는 카테고리를 설정하느냐는 말도 많았죠. 게다가 당시만 해도 일본 추리소설이나 SF가 거의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일본문학이 전혀 (흥행이) 안 되고 기껏해야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가 히트하던 때였는데, 10년 새 판도가 바뀌어 지금은 출판시장에서 일본 추리소설 점유율이 제일 높아요. 또한 당시 10년 전, 15년 전에 중역이나 축약본을 읽던 세대들이 지금은 어엿한 저자와 기획자·번역자가 되어서 제대로 책을 선별하고 제대로 계약을 맺어서 제대로 된 추리소설과 SF소설을 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죠.




Q 북스피어 블로그, 페이스북에는 독자들이 활발하게 참여를 하더라고요. 책이라는 상품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 이상의 관계로 거의 하나의 공동체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 번째로 이 분야, 이를테면 추리나 SF 분야가 사실은 되게 척박한 분야고, 학교 다닐 때 추리·SF·만화·무협 이런 걸 보면 (주위에서) 되게 뭐라고 했잖아요.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할 때 "무슨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까?" 하고 물으면 대부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를 좋아한다고 하지 무협지를 좋아한다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커뮤니티에선 애거서 크리스티, 김용의 <영웅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가능한 거죠.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 커뮤니티에 모여든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일단 취향에 대한 연대가 생겨났어요.




그 다음으로 과거엔 이쪽 분야 책을 내는 출판사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독자들 생각에 ’저 출판사는 뭔가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계속 내주고 있는데 출판사가 조그매, 망하면 어떡하지? 망하면 이런 책이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뭔가 도와줘야겠다.’ 하는 식의 측은지심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을 보면 출판사가 취향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독자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지난 10년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지만, 앞으로의 10년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거예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 봐요.




Q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데요. 특별한 비법이 있나요?




저희는 이벤트를 할 때 판매와 직결되는 것을 하지 않아요. 우리 출판사는 이벤트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요. 장르문학 부흥회도 하고 낭만독자 열차교정도 하고, 틈만 나면 이벤트를 해요. 예를 들어 낭만독자 열차교정은 독자들의 지원을 받아 기차를 타고 가면서 신작 교정을 보는 거예요. 교정이 끝나고 나면 펜션을 빌려서 1박 2일 동안 고기도 구워 먹고, 놀러다니기도 해요. 이게 비용이 되게 많이 들어가거든요. 차라리 전문 교정가한테 돈 100(만 원) 주고 맡기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예요. 재밌잖아요. 일단,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기업이 뭔가를 노골적으로 팔려고 하면 되게 싫어해요. 가급적이면 그들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죠. 우리가 만약에 낭만독자 열차교정에 들이는 비용으로 광고를 한다면 독자한텐 아무 재미를 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차라리 그냥 이 돈으로 재밌게 놀고, 그 다음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재밌게 놀고 끝이에요.



그게 한 10년이 쌓이니까 출판사 브랜드가 강화된 느낌이 들어요. ’저 출판사는 하여튼 골 때려’, ’쟤들은 딴 데랑 좀 다른 것 같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란 인식을 준 것 같아요. 물론 판매와 직결되지 않는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덕분에 저는 재밌었고, 거기 참가한 독자들도 나름대로 재밌어했던 것 같고. 또 행사에 참석한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북스피어에 대해서 호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마케팅의 일환,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미야베 미유키는 발로 써도 괜찮은 소설이 나올 작가"




Q 이제 책에 관한 얘길 해볼까요? 북스피어는 미야베 미유키 책을 많이 냈죠.




제일 많이 냈고 제일 잘 팔리는 책이에요. 10년 전에 처음 미야베 미유키 책을 봤을 때 사실 놀랐어요. 저도 추리소설은 꽤나 봤지만 이렇게 훌륭한 추리소설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거든요. 이 작가 작품을 번역해서 내야겠다 싶어서 조사를 해봤더니 일본에선 인기가 많았지만, 한국에 거의 출판이 안 된 상황이었어요. 당시 계약금이 150만 원인가 할 정도로 엄청 싸고 환율도 낮아서 그때 왕창 계약했죠. 지금은 정말 유명해져서 엄청 비싸졌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희한하게 옛날 오퍼 금액을 그대로 받아주더라고요. 약간 의리가 있는 작가예요.




Q 미야베 미유키는 북스피어가 국내 최초로 소개한 것이었나요?




아니요. 시아출판사에서 <화차>를 냈는데 잘 안 돼서 오랫동안 절판된 상태였어요. 우리가 창업할 무렵에 청어람미디어에서 <이유>라는 책을 냈지만 별 재미를 못 봤죠. <화차>랑 <이유>를 봤는데, 둘 다 너무 훌륭했어요. 두 권 읽으니까 "이 사람은 발로 소설을 써도 괜찮은 작품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목록을 거의 안 보고 계약했던 것 같아요. 엄청 기본기가 탄탄하고 글을 풀어가는 방식이 안정적이어서, 아무리 못 쓴 작품이라도 출판해도 될 것 같더라고요.




Q 당시 반응이 어땠나요?




사실 처음엔 반응이 오지 않았어요. 5년 정도 되니까 반응이 오더라고요. 미야베 미유키 작품은 현대물과 시대물을 나누어 내고 있는데 현대물로는 <이름 없는 독>이 조금 반향이 있었어요. 시대물의 경우에는 <흑백>으로, 좀 더 시간이 걸렸어요. 반응이 오기까지 한 5, 6년 걸렸던 것 같아요. <흑백>이 일종의 힐링소설이거든요. 당시에 힐링 붐을 타고 팔린 것 같기도 하고. 그때부터 나가기 시작하더라고요.




Q 미야베 미유키 말고 북스피어에서 책을 많이 낸 작가로는 또 누가 있을까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많이 내고 있어요. 마쓰모토 세이초도 사실 미야베 미유키 때문에 낸 것인데요. 미야베 미유키 책 목록을 한참 보다 보니까 그녀가 직접 편집한 책이 있더라고요. 왜 편집을 했을까 해서 보니 본인이 제일 존경하는 소설가가 마쓰모토 세이초고, 그의 소설을 보면서 ’나도 이런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그래서 마쓰모토 세이초가 죽고 나서 그가 쓴 단편 중 좋은 것들을 선별해서 세 권의 걸작 단편 컬렉션을 만들었더라고요. 그러면서 거기에 본인이 해제도 쓰고, 서문도 쓴 것이었어요. 그 책을 국내에 출간하면서 세이초 단편들이 너무 좋단 걸 알게 됐어요. 미야베 미유키와 같은 것 같으면서도 좀 더 거친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거친 면이 너무 좋아서 ’이 사람이야말로 해야겠구나!’ 싶어서 시작했죠.




Q 북스피어에서 야매 장르문학 소식지 ’르지라시’도 발간하고 있죠? 책을 알리는 채널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처음 출판사 차리고 책이 나왔는데 그 사실을 알릴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거대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몰래 들어가서 독자인 척하고, "이 책 재밌어요"라고 두어 번 글을 올렸어요. 그러다 걸려서 강퇴(강제퇴장)를 당했는데, 되게 부끄럽더라고요. ’내가 몇 달씩 몇 년씩 걸려서 책을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내 책에 대해 내가 얘길 못하고 독자인 척하고 게시판에 가서 얘길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비루한 일인가?’ 싶었죠. 내가 이 책이 얼마나 좋았으면 만들었겠어요? 내용도 좋고 훌륭하니까 만들었지. 그런데 이 책을 훌륭하단 얘길 할 데가 없는 거야, 아무도 몰라줘요. 이것은 매우 안타깝고 이상한 일이잖아요.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내가 내 책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면 돼. 채널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거기에 사람이 얼마나 오느냐’예요. 사람들이 와야 얘길 해도 효과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특히 출판사는 자기 책 얘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요. 자기 책 자기가 좋다고 얘기하는 게 뭐가 재밌겠어요.




제가 페이스북에 연애 얘기 소개팅 얘길 올리는 것도 시골 약장수랑 비슷해요. 옛날에 시골에서 약 팔 때 항상 먼저 하는 게 쇼거든요. 원숭이 데려다가 쇼하고, 불쇼 하고. 하지만 약장수들이 마지막에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약은 만병통치약이다. 사시라."예요. 개중엔 만병통치약이란 걸 믿는 사람도 있고, 안 믿는 사람도 있겠죠. 약을 사는 사람 중엔 분명히 이런 사람이 있을 거예요. ’쇼가 너무 재밌어. 이렇게 재밌는 쇼를 봤는데, 하나쯤은 사줘도 되지 않을까?’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는 책이 너무 많이 나오고, 책 만드는 사람들은 다 제 책이 좋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독자들은 그걸 다 사줄 순 없고 선택해야 하죠.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일 텐데, 그 기준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믿을 만하고, 나는 이러한 취향이니 같은 취향의 사람들은 믿고 사도 된다는 얘길 해주는 거죠.







"10년 동안 한 번도 계획 세워본 적 없어… 앞으로도 이렇게"




Q 2006년 6월 18일 북스피어를 처음 시작하고 난 후 그동안 출판사의 행보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으세요?




80점, 아주 잘한 것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그래도 꽤 턱걸이 정도는 한 것 같은데요.




Q 출판사 경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시작했을 때보다 이 분야에 진입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서, 우리한테서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어떤 작가를 데려간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요. 작가 측에서 더 큰 돈에 ’오케이’를 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요. 하지만 그런 것은 좀 도의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서로 조심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워낙 경쟁이 치열해져서 선인세도 많이 올라가고요. ’자본주의 사회인데 뭐 어때’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적정한 선에서 계약을 체결한 출판사들까지 힘들어지는 게 문제죠. 뿐만 아니라 출판사가 10억 원의 선인세를 지불했다면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거든요. 말하자면 물 자체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서로 불신하게 되고요.




"야 그건 모든 산업에서 다 일어나는 일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하다가 과부하가 일어나고 물이 흐려질 수 있는 거지 출판이 뭐라고 그런 얘길 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른 산업이 다 그렇다고 출판산업도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이 어딨어요? 출판을 제조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출판사를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특별한 제조업에 종사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자부심인데, 그러면 우리는 특별하게 신사협정도 맺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런 게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Q 10년간 120종 정도의 책을 펴내셨는데요. 그 책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맏물이야기>요. 미야베 미유키가 쓴 음식을 테마로 한 소설이거든요. ‘맏물’은 각 계절에 첫 번째로 나온 과일이나 해산물을 말하는데요, ’맏물’이란 말 자체도 어려워서 이 책이 얼마나 나갈까 갸웃갸웃했는데 당시에 ’먹방’ 프로그램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 책이 여기저기 소개되면서 꽤 많이 나간 거예요. 그래서 희한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책은 일본에서 20년 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굉장히 옛날 책이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무슨 타이밍 계산한 것도 아니고 먹방 열풍이 불어닥칠지 알지도 못했는데, 책을 내니까 먹방 인기가 그 무렵에 높아진 거예요. 이걸 보면서 운때라는 게 있나 보다 했어요. 이 책을 우리가 20년 전에 냈다면, 500권도 못 팔았을 거예요. 10년 전에 냈다면 1000권은 팔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미루고 미루다가 더 미룰 수가 없어서 냈는데, 이게 어떤 열풍과 맞물려 팔리는 것을 보면서 ’묘하구나,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책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요. 이 제도가 북스피어엔 득이 됐나요? 실이 됐나요?




단기간으로 보면 독자들은 불만이 많겠지만, 저희 같은 출판사엔 도움이 됐어요. 출판사들이 꼼수를 써서 사은품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 이 정도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예전에는 책값이 만 원인 책인데 쿠폰이랑 마일리지를 받으면 거의 구천몇백 원 할인을 받는 일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 이벤트 개발은 필요없는 거예요. 오천 원짜리 쿠폰을 붙이고 마일리지 사천 원 주면 독자들이 오는데, 뭐하러 머리 아프게 개발을 해서 상품을 만들겠어요.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안 좋아졌을 거라고 봐요. 그나마 이렇게라도 규제를 하는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행이죠.




Q 작년엔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책도 내셨잖아요. 여전히 이 일이 ’재미’있으신가요?




’재미’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어요. 이를테면 코미디영화를 보고 웃으면서 재미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 머리 아프지만 재밌다고 할 수도 있는 노릇이잖아요. 책 제목을 보고 "너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구나", "근심걱정이 없겠군", "재밌게 살고 있어 보이는군"이라고도 하는데, 당연히 힘들고 복잡한 일이 많아요. 하지만 누구나 다 입에 풀칠은 해야 하고. 그렇다면 이왕 할 일, 의미가 없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고 이걸 통해서 작가를 만나고 독자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저는 지난 10년 동안 제일 좋았던 게 미야베 미유키를 만나서 인터뷰한 거였거든요. 마치 산에 올라갈 때 힘듦 같은 거예요. 하지만 좋으니까 산에 올라가잖아요. 그런 차원에서의 재미라면 망할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10년에 대한 꿈이 있나요?




저는 10년 동안 한 번도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어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판매로 이어져서, 수치화하고 마케팅하는 걸 하나도 할 줄 몰라요. 할 줄 안다고 해도 안 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출판사가 그렇게 하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잘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무계획으로 제가 내킬 때 ’르지라시’ 내고, 내고 싶은 책 내서 지난 10년간 잘 살아왔거든요.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살다가 인간들이 책을 다 안 읽어, 완전히 안 읽어, 그럼 망하는 거지 별 방법은 없어요.





글 : 주혜진(북DB 기자)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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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6.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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