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서 요구하는 정답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의 괴리
최근에 취준생을 대상으로 실무 강의를 여러 번 했다. 매 강의 당 최소 20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있으니, 못해도 120명은 만난 셈이다. 이 중에서 나에게 질문을 한 사람은 한명이었고, 졸거나 휴대폰만 보는 사람은 전체의 20%는 되는 것 같다. 본인이 신청해서 온 실무취업프로그램인데 왜 저러고 있을까 한심한 놈 같으니 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도 저랬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아니 왜 자기가 신청해놓고 막상 와서 딴짓만 하다가 집에 갈까?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집에 있기는 불안해서 나오긴했는데 진짜 원하던 건 아니라 그런가보지 뭐. 아내는 종종 무심한 얼굴로 핵심을 관통하는 말을 한다.
다음 날 마지막 회차 강의를 하러 간 건물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의장소에 일찍 도착한 김에 운동 겸 비상계단쪽으로 갔다. 그 날 강의장은 건물의 10층이었고 나는 천천히 올라갔다. 숨이 찬 채로 10층에 도착해 비상계단 문을 열려고 했으나 잠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한 층 내려갔다. 9층 계단 문도 잠겨 있었다. 다시 한 층 내려갔다. 잠겨 있었다. 이 로직을 계속 반복하다 3층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3층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려있던 3층은 재수학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어딨는지 고개를 돌리다 벽에 붙은 큰 안내문을 봤다. "옆사람과 잡담금지" 라는 글이 궁서체로 크게 붙어있었다. 안내문에 맞춰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수십명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말소리는 없었다. 이 분주하지만 조용한 인파가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는 동안 정확히 2개 반의 수업이 끝난 듯 학생들과 강사가 교실에서 나왔다. 누구도 강사에게 어떤 질문을 하진 않았다. 나는 조용히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왔다.
10층에 오니 3층에서 봤던 눈빛과 비슷한 눈빛을 가진 학생들이 취업준비한다고 앉아 있었다. 채용 공고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재상은 '주도적인 사람' ,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 이다. 안타깝게도 3층에서 봤던 '옆사람과 잡담금지' 라는 문구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인재상이다. 주변에서 공부 안하면 안된다고 해서 열심히 입 닫고 열심히 공부만 한 사람들이 이제는 취업한다고 내 앞에 앉아있는 상황이었다. 입시준비를 하며 입 닫고 주어진 문제만 열심히 풀며 살았는데, 취업할 때 되서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면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정의하라'고하면 이게 대체 뭔소린가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입시에서 요구하는 정답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의 괴리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