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일한다
새벽 6시 17분, 노트북으로 밀린 일기를 정신없이 쓰고 있었다. 그런데 노트북 하단에 카카오톡 알림창이 떴다. 누군가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엔 이른 시간인데 의아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보니 낯설었다. ‘이상한 내용은 아니겠지’ 하며 살짝 긴장한 채 메시지 창을 열었다.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택배입니다. 반품 있으시죠? 포장하셔서 문 앞에 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품 위 *○○반품*이라고 적어주세요 ^^”
그제야 전날 아이들 패딩을 샀다가 맞지 않아 교환 신청을 했던 게 떠올랐다. 반품의 경우 누군가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헛수고를 하게 되니 기사님께서는 늘 이렇게 본격적인 배송 업무를 시작하기 전 배송지에 연락을 해두시는 거였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감사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기사님께 곧 “네 ^^”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보니 문자도 와 있었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카톡으로도 따로 연락하신 거였다. 택배 기사님의 개인 카톡이어서 답변할 때 자연스레 기사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다. 기사님과 똑 닮은 따님과 함께 양손으로 턱을 귀엽게 받치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실 기사님의 하루가 떠올랐다.
올해 일할 때 꽤 충격적인 평을 들었다. 두 달 전쯤 팀장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배려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거 같아요.”
나를 두고 참고 참다가 꺼내신 말이었다. 마감하기 전에 최종 파일을 팀장님께서 확인하셔야 하는데, 올해 몇 차례나 그 파일을 팀장님께 급하게 드렸다. 마감에 종종거리는 나를 보며 팀장님이 하신 “아무 때나 주세요”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고, 휴가에서도 계속 대기하시는 상황이 생겼다.
디자이너님이 수정하시는 시간을 고려해서 더 일찍 모든 상황을 정리해야 했는데, 그것도 어렵다면 적어도 “오늘 많이 늦어질 테니 저녁 ○시쯤 확인해주세요”라는 말을 미리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일상을 침해하는 사람,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요즘 일할 때면, 그 사람 외에 그 사람의 뒷모습이 함께 보인다. ‘이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이 자리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조금은 애잔한 마음이 든다. 사람들은 모두 다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때론 일하다가 감정이 부딪힐 수 있어도 ‘당신도, 나도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뾰족했던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더 약속을 잘 지키고 되도록 친절하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일하면 좋겠다. 앞으론 변명하지 말고 나부터 시작하자.
오후 2시, 일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집하(반품)가 완료되었다’는 택배 기사님의 성실한 문자였다. 친절과 열심의 원동력은 소중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