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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콜론 Jan 25. 2022

랜덤박스

모름이 가져다주는 선물

초등학생 시절, 등굣길마다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들렀었던 문방구.

가끔, 그 문방구에 비치되어있던 뽑기가 생각날 때가 있다.


매일, 적게나마 어머니께 탔던 용돈으로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뽑기.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내게 설렘으로 남아

삶을 살아갈 때 소소한 행복이 되어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모른다는 것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던 때가 언제인지.


정신 차려보니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도서관에 내가 있었고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며 아는척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더듬더듬.

먼지에 쌓인 과거를 뒤적여본다.


정확히 언제라고는 콕 집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며 기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그래서 그게 뭔데라며 물어보는 순수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수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일을 할수록

가식이라는 포장지로 덧씌워져 그 빛깔을 잃어갔다.




모르기에 설레고 행복한 것과,

모르기에 두렵고 부끄러운 것.


지금까지는 이 두 가지를 전혀 별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르는 것과 이 모르는 건 다른 게 아니냐고.


무엇이 나올지 뻔한 뽑기가 나를 설레게 할 수 없듯,

지금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결과일지 뻔한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뽑기의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결과가 보이는 그 짧은 순간에 우리의 모든 신경을 쏟듯이


앞날이 현재가 되기 전까지,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집중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현재를 살아가라는 뜻은 아닐까.


랜덤박스 같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이미 설렘이자, 선물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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