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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Jan 23. 2018

결핍을 찾아서

불편함을 즉시 제거하다

일상의 결핍 찾기

통찰 훈련의 첫 단계는 일상의 결핍을 찾는 일이다. 결핍이란 불편함이다. 결핍 찾기 훈련은 일상의 불편함을 찾아서 즉시 해결하는 습관을 키우는 일이다. 의도를 가지고 습관을 만들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많은 결핍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핍 찾기의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이노우에라는 사람이 있다. 일본인으로 야간 경비를 서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겨울밤에 경비를 서다가 쪽잠을 자게 되었다. 추워서 난로를 켰지만, 난로를 켜두고 자면 실내가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담아 올려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소리였다.


물이 끓으면서 주전자 뚜껑이 덜그럭 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소리에 매우 예민했던 이노우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송곳으로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뚫었다. 소리는 줄어들었고, 이노우에는 이 아이디어를 특허 등록했다. 여러분이 쓰고 있는 주전자에는 전부 이노우에의 특허가 걸려 있다.


주전자 뚜겅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는 일이 결핍 찾기다.
결핍을 찾는 방법

이노우에가 특별한 걸까? 누구나 주전자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결핍을 만났을 때, 즉시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가 본질이다. 결핍을 찾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충분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둘째, 공유된 경험을 찾아야 한다. 나만 불편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셋째,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결핍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관찰하면 찾을 수 있다. 이런 결핍 찾기를 습관화해서 성공한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한민국에서 광고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배우는 성공사례 중에 경동보일러 광고가 있다. 이 광고는 대한민국 광고인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의 결핍과 시대의 결핍을 동시에 공략했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경동보일러의 경쟁상대는 귀뚜라미 보일러다. 1980년대 초반 경쟁자였던 귀뚜라미 보일러가 먼저 가스보일러를 출시한다. 저렴한 연료비용과 과감한 광고 등으로 귀뚜라미의 가스보일러는 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뒤늦게 경동보일러도 가스보일러를 개발했다. 문제는 광고였다.


시장에서 이미 후발주자였고, 광고 예산도 넉넉지 않았던 상황, 경동보일러는 유명한 광고 제작자인 이강우 대표에게 SOS를 보냈다. 당시 광고를 총괄했던 국내 최초 CM플래너 이강우는 소비자의 결핍 찾기에 주목했다. 보일러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1주일이 돼가던 무렵, 한 신혼부부가 보일러 사는 행동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었다. 컨셉이 정해지고, 열악한 조건에서 광고를 제작한다. 방송에 광고가 나간 후, 3일 만에 경동보일러의 모든 제고가 완판 된다. 놀랍게도 가스보일러 광고였음에도 연탄보일러, 기름보일러도 모두 팔렸다.


고향의 맛 다시다, 델몬트 따봉, 초코파이 정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시대의 휴리스틱을 바꾸다.

경동보일러 광고는 결핍을 찾아 해결함으로써 소비자의 휴리스틱을 변화시켰다. 경동보일러 광고 전의 소비자는 보일러를 집을 따뜻하게 해주는 제품 정도로만 인식했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난 후에는? 보일러의 따뜻한 기능은 공통속성(common feature)으로 전락된다. 그럼 차별속성(unique good)은?


광고를 본 소비자의 인식은 다음처럼 바뀐다. 세상에는 2가지 종류의 보일러가 있다. 집만 따뜻하게 해주는 보일러,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보일러. 공통속성인 따뜻한 기능은 삭제되고, 부모님께 효도까지 하는 혜택이 차별속성으로 부각된다. 당신이라면 어떤 보일러를 선택할까?



당시 시대환경도 결핍으로 작용했다. 농사짓고 소 팔아서 서울로 보낸 자녀들은 경제성장기의 바쁜 일과로 명절에도 자주 귀향하지 못했다.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큰 마음의 결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광고는 서울에 살던 지방 출신들의 결핍을 울렸고, 경동보일러를 부모님 댁에 놓아드림으로써 그 결핍을 해소했다.


결핍 찾기의 사례는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중요한 것은 결핍 찾기를 습관화하고, 찾으면 즉시 해결하는 행동이다. 오늘부터 바로 결핍 찾기에 돌입해보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결핍을 찾으면 바로 해결하자. 통찰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이제 모순을 만날 차례다. (다음 시간에 계속)


나는 용기는 두려움의 결핍이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승리임을 배웠다.
by 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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