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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Jan 30. 2018

모순의 시간

충돌하는 욕구를 극복하다

주변의 모순 찾기

모순이란 무엇일까? 단어의 뜻은 창과 방패다.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것도 막을 수 있는 방패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행태경제학에서는 모순을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하는 상태라고 부른다. 통찰력 훈련의 2단계는 주변의 모순을 찾아서, 그 충돌하는 욕구를 극복하는 일이다.


밥은 많이 먹고 싶은데,
배는 안 나왔으면 좋겠어.

술은 매일 먹고 싶은데,
숙취는 없었으면 좋겠어.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성적은 잘 나왔으면 좋겠어.

결혼은 하기 싫은데,
축의금은 받았으면 좋겠어.


주변의 모순은 결핍보다 찾기가 힘들다. 결핍은 반복 생산되는 행태이지만, 모순은 내면에 축적된 심리상태이기 때문이다. 결핍은 의도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찾아지는 반면, 모순은 많은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다. 모순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의 사례 공부다.


어떤 약을 먹어도 고통이 끝나지 않는 모순.
모순을 극복한 사례들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는 모순이 있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주말 새벽에 일어나 골프장에 나가는 일은 매우 귀찮다. 이런 골퍼들의 모순은 스크린 골프라는 기술로 극복된다. 스크린 골프는 가상현실에서 실내 골프를 즐길 수 골프 시뮬레이터(Golf Simulator)다. 최근엔 스크린 야구도 나왔다.


화장은 해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많아서 귀찮아! 여성들의 이런 모순은 비비크림으로 극복된다. 정식 명칭은 ‘블레미시 밤(Blemish Balm)’이다. 연예인들이 ‘쌩얼 화장’을 할 때 사용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기능의 비비크림은 대한민국이 시초라는 것이 정설이다.


눈은 잘 안 보이는데,
안경을 쓰면 예쁘지 않아!

자동차가 힘도 강하고,
연비도 잘 나왔으면 좋겠어!


위의 모순들은 어떤 제품이 극복했을까? 안경을 써야 하지만, 안경이 패션을 방해할 때 생기는 모순. 바로 콘택트렌즈다. 1887년 안경사였던 루이스 지라드는 세계 최초의 콘택트렌즈 제작에 성공했지만 각막까지 덮는 형태로 불편했다. 이후 몇 번의 다른 시도가 있었지만 상용화는 실패했다. 이후 바슈롬이 획기적인 소프트렌즈를 개발하며 콘택트렌즈는 대중화되고, 아큐브가 이 시장을 석권한다.


놀랍게도 세계 최초로 콘택트렌즈의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1508년 그의 책에서 물속에 얼굴을 담글 때 물이 각막의 굴절력을 바꾼다는 사실을 통찰한다. 자동차의 힘과 연비에 관한 모순은 1997년 출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초 도요타 프리우스로 극복된다. 충돌하는 욕구는 혁신적인 기술로 연결된다. 출판과 영화가 그랬고, 인터넷과 현재의 블록체인이 그렇다.


구글은 모순 극복의 대명사다.
구글과 휴리스틱 브랜딩

세계 최대의  IT기업 구글(google)은 어떤 모순을 극복했을까? 그 모순을 살펴보기 전에 간단한 휴리스틱 습관을 테스트해보자. 구글의 뜻은 무엇일까?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는 구글. 그런데 정작 우리는 구글의 뜻은 잘 검색하지 않는다.


구글의 회사명은 10의 100승을 뜻하는 수학용어 구골(googol)에서 유래되었다. 그럼 왜 구골이 구글이 된 것일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학을 잘 모르는 초기 투자자가 수표에 구골이 아닌 구글로 적으면서 그대로 등록되어 사용되고 있다. 구글의 이름은 실수로 작명되었다는 말이다.



구글의 브랜딩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알려준다. 우리는 제품, 회사 등의 이름을 지을 때 멋진 의미를 담는 일에 몰두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나의 선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만든 결과다. 과연 지금의 구글에서 수학용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브랜딩은 휴리스틱을 만드는 행동이다.


애플(apple)이란 브랜드는 어떤가? 애플의 초기 사명은 애플 컴퓨터다. 우리 말로는 사과 컴퓨터다. 그럼 파인애플 컴퓨터가 더 좋은 뜻 아닐까? 삼성(三星)은 또 어떤가? 별 세 개라는 뜻이다. 그럼 별 일곱 개를 뜻하는 칠성(七星)이 더 좋은 뜻 아닌가? 현대(現代)보단 미래(未來)가 낫지 않을까? 좋은 브랜딩이란, 멋진 작명이 아니라 좋은 휴리스틱을 만드는 일이다. 유니크 굿을 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충돌하는 욕구에서 통찰이 발현된다.
정보는 찾고 싶지만, 광고는 보기 싫어!

인터넷 초창기, 대다수 검색엔진들의 초기 화면을 떠올려 보자. 야후, 라이코스 등의 초기 검색엔진들은 검색의 본질인 검색창보다 배너광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광고를 보는 일이 불편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두 대학원생은 이 모순에 주목했다.


1998년 9월 27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모순된 인터넷 세상을 바꾸기 위해 구글을 설립한다. 2014년 9월 기준,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엔진의 85%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구글은 정보는 찾고 싶어 하지만, 광고는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모순을 극복했다.


구글은 생각했다. 광고를 정보로 바꿀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검색창 하나뿐인 초기화면이라는 차별속성(unique good)이 탄생했고, 정보 키워드에 일치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전략이 구현된다. 이런 행동은 구글링(googling)이라는 신조어를 정착시키며 구글의 핵심경쟁력으로 완성된다. 이제 통찰 훈련의 마지막 단계인 왜곡을 만나보자. 단언컨대, 왜곡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다음 시간에 계속)


최고의 지성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상반된 두 개념을 한꺼번에 머릿속에 넣고
작용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by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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