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O봄] 첫 시즌 종료 및 새 연재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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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여행에서 깨달은 4가지 인사이트
안녕하세요, OTT 캐스터 김우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당신의 주말을 책임집니다. 이 멘트로 독자분들을 만난 지도 벌써 14주가 지났네요. 주O봄은 시간 낭비하지 않고 어떤 OTT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는 시청자를 위해 시작한 연재입니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애플티비 등등. 이 많은 서비스 중에서 뭘 어떻게 선택해서 봐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너무 많으십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여러분의 소중한 주말 시청 고민을 줄여 드리기 위해 98일간의 OTT 일주를 시작했죠.
이제 그 첫 여행을 마칠 시간입니다. 아쉬워 마세요, 이 글의 마지막에 더욱 신나는 연재 계획과 마지막 콘텐츠 추천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김우정의 원픽 추천은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달라질 뿐이죠. 오늘은 지난 98일 동안의 여정을 어떻게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오늘 하루만 해도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OTT 플랫폼에는 약 30편의 작품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극장에서 개봉했던 영화도 있고,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당연히 OTT 오리지널도 존재하죠. 물론 비율은 오리지널보다 레거시 콘텐츠가 훨씬 많습니다. 아무튼 1주일이면 적게는 100편, 많게는 300편 가까운 콘텐츠가 업로드됩니다. 이 중에 3편을 어떻게 픽했을까요?
첫 번째 무기는 휴리스틱입니다. 휴리스틱은 행동경제학 용어로, 쉽게 표현하면 '직관의 힘'입니다. 직관은 직감과는 다릅니다. 직감은 주관의 영역이지만, 직관력은 무질서하게 발생하는 주관의 문제에 중요한 질서를 만들어주는 힘이죠. 휴리스틱은 매우 짧은 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주말 OTT 콘텐츠 선별을 위해 사용한 첫 번째 휴리스틱은 오리지널 선별입니다. 수백 편의 작품 중에서 오리지널을 최우선으로 감별합니다. 이 선택의 과정은 짧지만, 무수한 콘텐츠를 빠르게 스캔하면서도 시청자의 선호도를 고려하는 매우 합리적인 질서 제공의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주O봄 11월 넷째 주말의 선택은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와 티빙의 '운수 오진 날'이었습니다. 우연하게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OTT 플랫폼이 같은 날 오리지널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두 작품은 '레트로(향수)'라는 키워드를 공유하죠. 추천 명작 '응답하라 1994' 시리즈가 자동으로 선택된 이유입니다. 물론 휴리스틱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과정인 객관화의 작업이 필요하죠.
주O봄 원픽의 두 번째 무기는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입니다. 주O봄은 4,300만 명의 모바일 사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 인덱스와 매월 검색되는 네이버/구글의 230억 회 검색 키워드를 분석하는 리스닝 마인드 허블 데이터를 토대로 휴리스틱으로 선별된 콘텐츠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선택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MAU 증감과 소비자의 작품 키워드 여정 등을 찾아보는 식이죠.
데이터 사이언스는 이제 일반인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주관으로 시작된 문제는 직관의 순간을 거쳐 객관의 시간을 지나야만 대부분 해결됩니다. 직관과 객관을 함께 사용해야만 정확한 기획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좋아하는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이 쓰는 프로파일링도 범죄 데이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직관의 힘인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자, 다음은 자동화입니다.
세 번째 무기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입니다. 주O봄은 작품의 제목을 토대로 한 줄 로그라인을 직접 제작해서 제목보다 크게 제공합니다. 이 과정의 자동화를 위해 GPTs에 'Concept Creator'라는 챗봇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작품 정보를 토대로 연재에 가장 적합한 로그라인을 20글자 내외로 자동제작하는 과정에서 5개의 로그라인을 추천받아 선택 또는 각색해서 사용합니다. 다음 과정은 이미지 제작입니다.
특별호였던 8화 경성 크리스마스부터는 섬네일과 컨셉 이미지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컨셉 크리에이터를 통해 만든 로그라인을 기초로 DALL·E 기반으로 컨셉 아트를 제작합니다. 12화 에미상의 쇼핑몰부터는 주O봄 컨셉아트의 스타일이 점점 통일되어 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더 쌓이면 별도의 이미지 생성 챗봇을 제작할 수 있겠죠. 현재는 Cartoonize Yourself 라는 챗봇을 활용 중입니다.
지난 98일간의 일주는 휴리스틱, 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무기를 들고 OTT 세상에서 보물을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과정은 즐거웠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여정 자체가 스토리텔링이었죠.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취사선택 관점에서 크게 4가지의 인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생각보다 적은 오리지널
스포츠와 콘서트도 오리지널
진짜 좋은 작품은 볼 수가 없다?
OTT 양극화 시대, 시청자 행동강령
98일 동안 매주 3편씩 총 42편의 작품을 선별하면서 느낀 첫 번째 인사이트는 볼만한 OTT 오리지널은 많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오리지널을 공개하지만, 그마저도 국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타율은 3할 이하입니다. 디즈니 플러스도 '무빙' 이후 이렇다 할 대작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리지널보다 로컬 레거시와의 병행 공개가 더 많아졌죠.
국내 OTT 플랫폼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타율을 보여준 곳은 '쿠팡플레이'입니다.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숫자의 오리지널을 공개했지만, '소년시대'와 '대학전쟁' 단 2편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이끌어냈죠. 물론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OTT는 아닙니다, 쿠팡의 번들 서비스로 시작한 플랫폼이죠.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보다 예능과 스포츠 라이브에 강점을 가진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OTT 콘텐츠라고 하면 으레 영화와 드라마를 인식합니다. 그다음에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정도를 떠올리죠. 하지만 OTT 2.0 시대의 콘텐츠는 무한하게 확장 중입니다. 우선 VOD 중심의 편성에 LIVE 콘텐츠가 추가된 것이 눈에 띕니다. 야구와 축구 중계도 OTT로 보게 되었고, 가수의 콘서트 생중계도 볼 수 있습니다. 라이브가 본질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제 OTT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도 시작됐죠.
주O봄 3번째 연재였던 야구의 열기, OTT로 즐기다는 이런 맥락에서 선별된 추천이었습니다. 라이브 콘텐츠를 위시한 스포츠와 콘서트 콘텐츠의 강세는 자연스럽게 OTT 콘텐츠의 대세였던 영화와 드라마의 상대적 약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 입장에선 스포츠와 콘서트의 가성비와 시성비가 높기 때문이죠. 지난주 연재였던 황야의 미션은 극장을 포기하고 OTT로 직행하는 영화의 현실을 위한 추천이었습니다.
우리는 OTT에서 신작만 보지 않습니다. 명절이나 성탄 시즌마다 보고 싶은 작품들도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극장에서 개봉했던 영화나 케이블 채널의 명작 드라마 다시 보기도 자주 벌어지는 시청 습관입니다.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을 검색하면, 유료판매 또는 미공개이거나,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OTT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볼까요?
2023년 3월 국내 극장 관객 557만 명을 동원한 초유의 히트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1년이 거의 지난 2월 1일에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됩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4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여전히 극장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많은 판타지 팬덤을 보유한 작품 '왕좌의 게임'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OTT 플랫폼은 현재 없고, 얼마 전 에미상 최다 부문 수상작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국내 시청자는 볼 수 없죠. 두 작품 모두 HBO MAX 독점입니다.
세상은 이미 양극화되었고, OTT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8일뿐만 아니라, 2007년 넷플릭스의 등장과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넷플릭스가 1위를 내준 날은 단 하루도 없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2-3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 당분간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OTT 플랫폼은 없을 듯합니다. 그럼 시청자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요? 결론은 '고민 크게 없다'입니다.
단, OTT 양극화 시대의 시청자는 다음의 3가지만 명심하면 합니다. 첫째, 한 달에 한 편도 끝까지 보지 않은 OTT 서비스는 일단 해지하세요. 돈 아까우니까요. 둘째, 숏폼을 좋아한다면 ‘좋아요’를 눌러서 시간을 아끼세요. 인공지능의 취향추천을 믿어보세요. 셋째, 코드 커팅은 당신을 해방해 줄 첫 번째 탈출구입니다. 코드는 당신을 수십 년간 시간의 노예로 만든 마약이었을지 모릅니다. 이제 과감히 코드를 끊고, 시청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보세요. 왜 그래야 하냐고요? 볼거리는 넘쳐나지만 시간은 너무 부족하니까요.
자, 이렇게 마지막 주말 OTT 뭐봄?의 연재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아쉬우신가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제목은 'OTT 오딧세이'입니다. 정식으로 책을 출간하기 위한 연재입니다. 약 16주, 112일 동안 OTT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작품, 브랜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주O봄 독자들을 위해 매주 2편의 신작과 명작 추천을 별책부록으로 아래처럼 올릴 예정입니다, 한 줄 별점과 함께요.
자, 이제 새로운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아래 새 연재 OTT 오딧세이의 링크가 있어요. 프롤로그가 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응원해 주세요. 우리의 시청시간은 소중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