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익어가는 너에게,
1940년대 말, 미국의 작은 마을 아이올라에서 복숭아 재배 가업을 도우며 살아가는 빅토리아는 우연히 마을로 흘러온 외지인 윌슨 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생의 변혁을 겪는다. 가녀리고 순종적이기만 하던 한 소녀가 강인하고 아름다운 한 개인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네가 떠올랐다.
본인과는 전혀 다른 한아름의 우주와 역사를 데리고 온 어느 개인에게 운명처럼 사랑을 느끼던 순간.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운 태산 같은 비밀을 품고 홀로 흘러든 숲 속에서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을 만끽하던 시간. 어린 영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몸과 마음 일부를 떼내어 놓고 울며 걷던 길. 한때는 본인을 살펴주던 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시간의 야속함을 너그러이 품어 안던 마음. 묻혀 사라질 옛 집을 떠나 새롭게 뿌리내리고 데려온 복숭아나무꽃을 결국 피워내던 터. 탐스럽게 익은 달콤한 복숭아를 닮은 돌들로 사랑과 안녕을 염원하던 시절. 여러 번 넘어지고 자주 밀려나면서도 결코 주저앉는 법 없이 결국엔 일어나 자신의 역사를 성실히 써 내려가는 빅토리아가 너를 닮아 뭉클하도록 애틋했다.
이미 충분하게 풍성한 네 삶과 마음에 또다시 수많은 환희와 절망이 찾아오더라도 네가 여전히 너이기를, 그래서 매일같이 더 아름답기를.
셸리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 다산북스, 2004